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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주는 행복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9-12-13 00:00
인간은 때때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히 자신의 시간으로 채우는 것을 갈망하기도 합니다. 혼자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며 산책하고 사색하며 자신의 시간을 갖는 것을 무한히 동경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인간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하루하루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며 겪는 어려움과 갈등, 그리고 피곤함으로부터 한번쯤은 탈출하여 혼자만의 시간을 느끼려고도 합니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인간은 때로 혼자일 때 고독함과 외로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혼자 있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또 소외된 것과 같이 느끼는 외로움은 우리는 이미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때때로 일부는 함께 하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공포로까지 느끼게 되고, 그 공포는 일상생활을 더 힘들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한편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다른 사람들과 늘 함께하기를 원하는 이와 같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극단적인 양면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은 누구나가 한번쯤은 겪어 본 것이기에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양면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해하는 이 양면성은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느끼는 고독함이나 외로움 그리고 소외감이나 공포심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으로 대부분 해소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것으로부터 오는 피로감 역시 혼자만의 시간으로 대부분 해소될 수도 있지만, 마음이 통하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시간의 공유로 또 해소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처음에는 즐기기도 하고 원하기도 하지만, 그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거나 그 시간으로부터 해소될 수 없는 다른 것들, 즉 '함께'라는 의미를 상실해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우리는 다시 혼자만의 시간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혼자만의 시간이나 사색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함께'라는 공유를 통해 우리 삶을 지탱하고 그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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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정말 반가운 분들과 오랜만에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거의 30년 전의 시간을 함께하신 분들과 시간을 공유한 것입니다. 독일에서 유학할 시절인 1990년대 초반 독일에서 만난 분들과 나들이를 함께 하였습니다. 당시 우리는 독일의 남부지방인 뮌헨에서 유학하고 있었고, 이분들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계셨던 분들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프랑크푸르트에 있던 공공기관의 일을 도왔던 것을 계기로 여기 근무하시던 당시 과장님 가족들과 자주 만나기도 하고 함께 가족휴가를 가기도 했습니다. 뮌헨과 프랑크푸르트가 약 500킬로미터라는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주교를 믿는 교우라는 공통점으로 프랑크푸르트·마인쯔 공동체에서 미사를 함께 드리기도 하면서, 마인쯔 공동체 식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을 얼마 전 당시 이 과장님의 장남 결혼식을 계기로 약 30년 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은 한국으로 귀국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남을 계속하고 계셨지만, 우리는 대전에 정착하였기 때문에 사실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누군가 다시 예전처럼 만나면 좋겠다는 말씀에 대전과 충남지역 천주교 성지순례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그 성지순례를 지난 주말 이분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아침 일찍 서울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다섯 가족 총 10분이 공주 황새바위성지로 오셨습니다. 황새바위성지를 순례하고 함께 미사를 드리고, 무령왕릉, 해미읍성과 해미순교성지를 거쳐 남당리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아쉬움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습니다.

비록 500킬로미터라는 물리적 거리는 있지만, 독일에서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경험을 함께하고, 특히 천주교라는 종교의 인연을 이어온 분들과의 시간은 30년이라는 과거의 시간을 한 순간에 없앨 수 있었습니다. 사실 30년이라는 과거의 시간은 거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인간의 수명을 90세라고 하더라도 30년이라는 시간은 인생의 3분의 1이 지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긴 물리적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불과 수년간의 시간의 공유는 그 물리적인 시간을 초월할 수 있는 신비스러운 마법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학창시절 만났던 친구들과의 시간도 그렇고 이렇게 사회에서 만난 분들이지만, 무엇인가 공유했던 시간을 함께 한 분들과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순식간에 그 지나간 시간을 한순간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지금 이 순간 지나가고 있는 시간들도 어쩌면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어쩔 수 없는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언짢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 관계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시간은 바로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은 불편하고 때로는 대립이나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다시 시간이 지난 다음에 과거를 돌아본다고 하면, 어렵고 힘든 시절을 같이 공유했다는 점만으로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반드시 좋고 행복하고 긍정적인 부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서로가 함께 공유하는 시간은 힘들고 어렵고 갈등과 대립의 부분까지도 포함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를 생각하면, 지금 현재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어려움과 힘든 것을 미래의 관점에서 그리고 서로가 공유하는 시간을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서로 양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지금 현재의 시간이 아닌 미래의 시간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시간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겨울이 깊어가는 주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이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라는 점을 깨닫고 다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주는 행복을 느끼고 싶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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