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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꼴등, 수학박사가 되다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전략연구부장

입력 2019-12-19 09:57   수정 2019-12-19 09:57
신문게재 2019-12-20 22면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전략연구부장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전략연구부장
어렸을 때 제 친구들은 저에게 늦공부가 터졌다고 말하곤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항상 성적은 뒤에서 1, 2등하고 그러니 학교생활에는 도통 흥미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812를 4로 나누면 아무리 계산을 해도 23이며 그 답 203에서 어떻게 해서 2과 3 사이에 0이 들어있는지를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뒷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0이 어떻게 나왔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친구는 두자리수, 세자리수 등 어떤 것을 주어도 나눗셈을 척척 해냈습니다. 놀랍게도, 그 친구의 나눗셈은 간단했습니다. 몫의 시작하는 위치만 정하고 그다음 수들을 차례차례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812에서 처음 수 8을 4와 비교해서 2가 나오고 1을 비교하면 4의 배수는 모두 1보다 크니, 0을 2 다음에 놓고 그 다음으로 12를 4와 비교하면 3이어서 그 답은 203! 저는 그의 설명이 바로 이해가 돼 그 자리에서 어떠한 수를 주어도 나눗셈을 할 수 있었으며, 그 날 수업 후 반에서 실시했던 연습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 1등이라곤 꿈도 못 꾸었고 항상 선생님과 반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하던 아이가 갑자기 1등이라니, 저 또한 놀랐습니다. 저는 최고점을 받아 선생님으로부터 받을 칭찬에 들떠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선생님은 저에게 누구의 시험지를 '커닝'했냐며 그것은 나쁜 짓이라고 꾸중을 하셨습니다. 억울했지만, 저는 그날의 기쁨과 희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로 스스로 책을 펴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고 수학점수가 오르니 자신감이 생겨났으며 덩달아 다른 과목에서도 성적이 오르게 됐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수학경시대회에 학교대표로 출전해 입상을 했으며 친구들은 저를 수학박사라고 불러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학을 수학과에 진학했으며 급기야 KAIST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게 돼 정말 수학박사가 됐습니다.

당연히 나눗셈에 대해서 이해를 했다고 해서 바로 실력이 꼴찌에서 일등으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 그 계기로 인해서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을 뿐이며 성적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향상됐습니다. 많은 학생이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질 않는다며 실망하거나 좌절하는데, 성적은 꾸준히 하면 반드시 오르기 마련입니다. 그 속도가 더딘 이유는 관성(습관) 때문이며 공부하는 습관과 태도를 형성하려면 지난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은 노력했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실망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막상 공부를 하려고 해도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모르기에 단지 암기식으로 공식을 외우고 기계적으로 공식을 적용해 많은 문제를 풀어보려고만 합니다. 당연히 공부가 재미가 없고 따분한 반복행위에 느껴져 급기야는 포기하게 된다고 봅니다. 수학학습은 기호나 수식, 개념들의 의미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문제들을 풀어보면서 이해하는 과정이며 당연히 수학실력은 수와 식 개념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공부는 재미있어야 하며, 학생들은 만족이나 실력향상, 칭찬 등의 성취감을 얻으면 당연히 공부에 흥미와 재미를 느낍니다. 저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을 잘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고 봅니다. 어린아이들이 전자게임을 할 때 그 많은 조작키에 대하여 그것들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알기에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들을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면서 엄청 즐거워합니다. 수와 식, 기호들도 수학에서의 조작키와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그것을 어떤 상황에,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학습시키고 이해시킨다면 수학이 지루하고 따분한 과목이 아니며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기쁨과 쾌감을 주는 과목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미래의 역량인 상상력과 논리적 추론능력이 자연스럽게 배양하게 될 것입니다. 윤강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산업수학전략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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