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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톡] 송년의 독백

김종진 여락인성심리연구소 소장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19-12-27 00:00
올 한해도 바쁘게 달려오셨죠? 한 해가 서서히 마무리 됩니다. 올해의 마지막 심리톡은 김종진의 시 '송년의 독백'으로 올려봅니다. 연말에 나에게 들어오는 시어가 무엇인지, 유독 들리는 문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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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은 제 스스로 부서지지 않습니다.

휘어진 해는 빨갛게 등 뒤로 떨어지고



돌아돌아 둥그렇게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지금은

아픈 발자국도, 무거운 몸짓도

모두 짐을 싸서 떠날 준비를 합니다

말려도 소용없는 고집 센 손 사위



북적거리는 생각 쏟아놓으며

1년이라는 나의 고속도로는 힘내어 달렸습니다.

때로는 머리 들어 파란 여유를 만났고

가끔은 고개 숙여 눈물도 떨어뜨렸습니다.



미움과 서운함의 먼지 탁탁 털어버리고

고통과 괴로움의 흔적 훌훌 떨쳐버리고

커다란 목적지를 향하는 몸부림

결심은 길 위에 미끄러지지 않았습니다.



누가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누가 떠가는 바람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놓고 떠나면 찾을 수 없는 분실물

길가에 서서 온 길을 우두커니 돌아봅니다.



제야의 종소리 떠나지 못하고 서성일 때

별 하나 반짝, 열두 달 결재 사인을 합니다.

하얗게 사라진 어둠이 깨어나면

새로운 감정선에 유효기간이 찍힐 것입니다.



나는 지금

낡은 해의 허물을 버리지 못하고

미래에서 떠오를 또 다른 나를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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