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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소비하는 인간이 민주주의를 지킨다

신천식 행정학.도시공학박사

입력 2019-12-30 10:03   수정 2019-12-30 10:03
신문게재 2019-12-31 22면

신천식
신천식 행정학.도시공학박사
21세기의 특징은 급격히 증가하고 성장한 복지팽창의 역사이며, 과잉소비까지도 미덕이 되는 소비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역사 이래 지금보다 더 안정되고 풍요로웠던 시대는 없었다는 다수의 보편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계층과 분야의 복지 요구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새로운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소비지상주의의 열풍 또한 세계를 달구고 있다. 이른 바 복지국가의 도래와 소비과잉의 모순된 실재가 혼재하고 있는 현실이 시대의 딜레마이자 특성이 되고 있다.

산업화와 압축성장시대를 거치면서 전통적인 미덕으로 간주 되던 근검절약, 기다림과 만족유예의 행태는 욕구의 빠른 소비와 충족으로 대체되어, 자칫 신구 세대간 갈등과 대립의 양상으로 번지기도 한다. 욕구의 즉시 충족과 새로운 탐닉이 일상화되어 새 것의 소비만이 확실한 욕망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묵은 것과 오래된 것은 버려야만 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바야흐로 새로운 물신 숭배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마돈나는 그의 노래 세속적인 여자 (Material girl)에서 /현금을 지닌 애들이 늘 최고의 남편감이거든/ /우린 세속적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나도 세속적인 여자야/ 우리가 세속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너도 알지/ 난 세속적인 여자야/라고 노골적으로 표현해 버렸다. 짧은 노래 하나로 범지구적 현실을 까발린 것이다.

소비는 타인과 나를 구별하는 확실한 수단임과 동시에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비행태는 내용과 수준에서 사회적 인정과 합의가 필요하다. 사치품이나 명품을 어울리지 않게 구입하거나 멀쩡한 가전제품을 구식이라고 교체하는 소비행태는 분명 비난의 소지가 있으며. 쇼핑중독이나 충동구매장애는 정신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서 간주된다. 최근에는 천박한 소비행태에서 벗어나 전통과 역사적 의미를 간직한 서비스나 상품을 선호하는 새로운 소비모델이 등장하고 있어 건전하고 합리적 소비개념의 정립에 관한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하고 있기는 하다. 일종의 레트로(Retro) 현상의 유행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데, 과거의 전통이나 제도, 풍습과 유행을 따라가는 새로운 경향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순례자나 유목민의 소박한 삶이 재현되거나 그들이 걷던 길을 따라서 걷는 순례길 도보탐방의 세계적 유행과 한국에 불어 닥친 둘레 길과 올레 길 코스의 인기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자본주의 체제는 구매행위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지속가능하다. 구매행위를 통하여 얻어지는 이윤은 확대 재생산을 가능하게하고 자본주의의 존속과 유지를 담보하게 한다. 자본주의를 버텨주는 소비가능계층이 미래의 불안 때문에 절약에만 몰두한다면 자본주의 체제는 붕괴한다는 것은 논리적 귀결이다. 소비의 개념은 재화의 거래라는 단순행위를 지나 정신 분석학적으로 말하면 일상의 모순과 부조리를 치유하고 열망과 갈증을 해소하는 대리만족과 심리적 안정의 영역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소비와 소비행태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의미를 해석해야 하며 시대와 공간적 상황에 따라 소비의 사회적 기여와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소비사회의 도래가 초래한 공적을 든다면 시민들에게 민주주의의 기반인 선택의 자유를 확장하고 굳건하게 다져주었다는 사실이다. 소비가 미덕이 되는 시대는 적어도 모든 개인에게 자기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읗 선택할 수 있는 거의 무한대의 자유를 부여하였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완벽한 조합에 관한 기대는 소비사회의 출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민주주의 제도를 소비자 민주주의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은 이런 이유라고 짐작된다.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첨단 기술을 독점하는 소수에 의하여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전제적 지배가 가능한 빅 브라더의 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모든 인간은 소비 앞에서 평등하고, 다양한 요구와 욕망을 해결하는 소비의 민주화는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소비는 곧 민주주의의 수호천사가 되고 있음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신천식 행정학.도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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