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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사이'에서 사유하기

입력 2020-01-06 09:52   수정 2020-01-06 09:52
신문게재 2020-01-07 22면

김명주-충남대-교수
김명주 충남대 교수
JTBC가 마련한 신년대담 첫째 날, 미디어 관련 기획 대담을 본 후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일단 진중권 개인에 대한 짠함 때문이다. 감히 말하자면 동병상련일지도 모르겠다. 좌우막론하고 양쪽의 진영논리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논리로 주장하기는 언제나 쉽지 않다. 이미 만들어진 길과 길 사이 어딘가에,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한 쪽을 비판하면 다른 쪽이 얼씨구나 환영하겠지만 실은 다른 쪽도 '아니올시다'다.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사이'에서 사유해야 하는 그는 외로움이 작지 않으리라. 진보적이면서 동시에 진보근본주의는 거부하고, 휴머니스트이면서 휴먼중심주의는 거부하고, 이성적이면서 이성중심주의도 거부하는 '사이의 사유'는 이번 경우처럼 때로 "변절자" "지적 퇴행"과 같은 폭력적 수모를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한 그가 나는 개인적으로 부럽다.

모든 근본주의와 중심주의의 공통점은 독선과 배타성이다. 근본주의는 요샛말로 '빠'다. 문빠, 노빠, 박빠, 등등. 근본주의는 특정한 사람, 이데올로기, 종교적 신념을 '선'으로 절대화하고, 그것들에 반대되는 입장을 무조건 악으로 규정해버린다. 이런 진영논리가 현시점 우리 시대의 대세라면 과장일까? 적어도 내가 체감하는 대세인 것은 맞다.

진중권은 진영논리에 입각한 뉴미디어 활동을 '파시즘' "네오-나찌"로 규정했다. 파시즘이나 네오-나찌는 통상 극우파를 지칭하지만, 특정 이념을 대중에게 세뇌하고 선동한다는 면에서 이쪽저쪽 할 것 없이 모든 편파적 진영논리에 파시즘이라는 이름을 적용한 것이다. 대중이 이것저것 다양하게 맛보고, 진위를 소신 있게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위험하니까, 위험의 측면에서도 동일성을 찾은 듯하다.

파시즘은 전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2017년 예일대 정치학과 교수인 세일라 벤하비브가 쓴 "파시즘의 귀환"이란 글이 생각난다. 2017년 스웨덴에서 노르딕저항운동의 멤버 600명이 폭력적인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는 북유럽 전역에 지부를 가지고 있는 단체인데 이 단체의 리더들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선출이 세계적인 혁명의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그리스의 크리스토스 파파스는 의회의원이면서 유럽의 가장 폭력적 정치단체인 골든 던(Golden Dawn)의 리더다. 이 단체는 그리스가 국가부도위기에 처한 이래로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300여건의 공격을 감행했다. 심지어 이민자들에게 호의적이었던 독일에서조차 틸로 싸리진이라는 정치학자는 늘어나는 이민자들이 어리석은 하류계층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민족주의 전선', 영국의 '영국우선'과 같은 극우세력이 정치적 주류에 진입하기도 했고, 이탈리아와 덴마크에서도 비슷한 극우집단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향수에 입각한 이들의 인종주의적 파시즘 성향은 진보적 세계화에서 배제된 비엘리트들의 백래쉬로 흔히 규정된다.

이처럼 파시즘은 통상 위와 같은 극우파적 입장을 지칭하는 터라, 소위 진보진영의 획일적 근본주의는 파시즘의 '거울이미지'라는 편이 더욱 적절해 보인다. 이미지는 반대여도, 실체는 결국 똑같다는 의미다. 편파에 또 다른 편파로 맞서는 현상이 부디 일시적이길 바랄 뿐이다.

'나'는 단일한 주체가 아니라, 분열된 복합적 주체다. 하나의 이데올로기와 신념의 현실 실천은 무수히 다양하다. 따라서 한 다면적 인간이 절대화될 수 없고, 실천이 천차만별인 이데올로기 역시 절대화될 수 없다. 물론, 그 무엇도 절대화하지 않고, 정황에 따라 판단하는 것 역시 기회주의적일 위험도 없진 않다. 기회주의적이지 않으면서 유연한 지성, 거기에도 역시 '사이의 사유'가 필요하다. 길과 길 사이, 새로운 길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도전적이다. 역사적인 인물은 언제나 사이에서 길을 내는 창의적인 사람들이었다.

김명주 충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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