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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소재·부품 탈일본, 일본 넘어서야

최충식 기자

최충식 기자

  • 승인 2020-01-22 16:24

신문게재 2020-01-23 23면

반도체의 허리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탈일본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국 소재·부품의 탈(脫)일본 성과에 '잠든 아이 일으켰다(寢た子起こした)'고 표현했다. 후진적인 수출규제로 가치사슬을 훼손한 일본이 탈일본 가속화에 놀라는 눈치다. 안 그래도 국내 업체 솔브레인이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해 국내 반도체 수요를 충당할 채비가 돼 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다는 말뜻이 새겨지는 사례다.

물론 여기에 우쭐하거나 너무 일찍 만족할 수는 없다. 일본에 급소가 찔린 3가지 핵심 소재 하나가 해결됐을 뿐이다. 전체 공급 안정도를 높이는 단계는 더 멀었다. 해외 공급자까지 단기적으로는 발굴해야 할 처지다.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생산 길은 다행히 열렸다. 듀폰이 천안 공장에서 감광액을 생산하겠다는 것은 다변화의 결실이다. 100대 품목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올해 2조원 남짓 투입하는데, 그 이상의 성과를 내야 한다.



우리는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보유국이다. 그런데 만천하에 드러났듯이 하부구조는 취약하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소부장 펀드가 흥행몰이하는 것도 정부 지원책에 힘입은 결과다. 자만하지 않고 국산화와 원천기술 경쟁력을 향해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탈일본 프로젝트에 대해 일본 언론이 본 그대로 잠든 아이가 깬 수준이라고 보면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일본을 압도할 소부장 생태계 형성이라는 긴 여정이 남아 있다.

고품질 소재를 대량생산한 다음도 문제다. 국내 수요와 국외시장 판로 개척을 도와야 할 것이다. 공급사슬을 야비하게 붕괴한 일본의 시도를 완전한 헛발질로 만들려면 일본산의 국내산 대체로 끝나지 않는다. 이 기회에 중국 등지로 시장을 넓혀 글로벌 가치사슬 체제를 우리 기술로 재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강국에 이어 소재·부품·장비 강국을 만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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