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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2019년 대전세종충남 무역 성과와 과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김경훈 팀장

박병주 기자

박병주 기자

  • 승인 2020-02-02 09:46
김경훈 사진_여권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김경훈 팀장
2019년 충남 수출은 전년 대비 13.1%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전국적으로 수출이 10.3% 줄어든 것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인 데다가, 15%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며 전국 수출을 주도했던 2018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수퍼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 경기의 급격한 둔화는 반도체가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충남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다. 디스플레이와 석유화학제품도 중국의 설비 증설에 따른 수출단가의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일본의 수출규제와 홍콩사태 등 어려운 대내외 여건과 세계 경제성장의 둔화는 지역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무역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나름 주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되는 2차전지 수출이 2018년에 비해 28.5% 증가하며 충남의 유망 수출품목으로 떠올랐다. 또한 중화권(중국, 홍콩) 수출 비중이 50% 이하로 줄어든 대신 신남방 시장에 대한 수출 비중은 처음으로 25%를 넘어서며 수출시장 다변화에 의미 있는 진전을 보였다. 수입 측면에서도 단일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의 수입선이 중동 일변도에서 미국 및 중남미 국가로 다각화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대전의 수출도 10.3% 감소하면서 전국적인 수출 감소세를 비켜가진 못했다. 그렇지만 과학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차세대 반도체의 수출이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으며, 주요 수출품인 담배가 태국, 몽골, 리비아 등 신시장 개척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폐 용지와 주화도 지역 수출의 효자 품목으로 부상하며 대전이 12년 연속 무역흑자 행진을 달성하는 데 힘을 보탰다. 세종은 아직 무역규모가 크진 않지만 2019년 전국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전국적으로 자동차 부품 수출이 감소하는 중에도 세종의 자동차 부품은 3년 연속 큰 폭으로 증가하며 세종의 수출 1위 품목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다소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어려웠던 여건 속에서 거둔 지난해의 수출 성과는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올해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세계 무역환경의 파고는 지난해보다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당장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거대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아직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가속화됨은 물론 대중 수출 비중이 높고 중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한 높은 우리나라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고령화, 저성장, 저소비가 세계 경제의 뉴 노멀로 자리잡은 가운데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각국이 자국의 제조역량 강화에 나서면서 국가 간 분업과 교역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밸류체인이 뚜렷하게 둔화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수출이 중간재를 중심으로 세계 무역의 양적 성장에 기대어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그간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무역의 부가가치를 높일 새로운 전략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근교에는 돌궐제국을 부흥시킨 톤유쿠크 장군의 비문이 있는데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성을 쌓고 사는 자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7세기의 유목민이 남긴 지혜의 경구는 천오백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까지 대전세종충남 무역이 쌓아 올린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서는 한편,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이 서비스와 창조적으로 융합할 수 있도록 지역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원정책 및 규제 등에 대한 광범위한 혁신을 통해 무역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야 한다. 2019년이 대전세종충남 무역에 있어 절치부심과 와신상담의 한 해였다면, 아무쪼록 2020년은 변화에 한발 앞서 창조적으로 대응하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의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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