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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대전시립미술관 2019 신소장품전 '현대미술의 채도'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20-02-06 08:14
대전시립미술관은 2020년 신년 첫 전시로 '2019 신소장품전:현대미술의 채도'를 오는 11일부터 4월 5일까지 3~5전시실에서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대전시립미술관이 2019년 새롭게 수집한 작품 35점으로 구성됐고 한국 근현대미술과 뉴미디어 부문을 대표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민경갑_백두산_1990_종이에수묵담채_130x196
민경갑_백두산_1990_종이에수묵담채_130x196
▲한국화의 실험정신, 그리고 민경갑=제3전시실은 2018년 작고한 민경갑 작가의 작품이 총망라된다. 1960년대 작품부터 작고하기 직전인 2017년까지 제작한 작품으로 작가의 일대기를 모두 탐닉할 기회다. 민경갑 작가의 작품은 과거 동양화의 답습을 일소하는 현대성과 신선함, 부단한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한국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민경갑 작가는 자연을 주제로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것에 집중해 왔다. 1970년대 이후부터는 주요 소재인 '산'이 등장하는데 전통 수묵화의 고정관념을 탈피해 사실적이면서도 색면이 강조되는 산을 그리며 디테일한 형상을 생략해 나갔다. 그리고 2000년대 '자연 속으로'의 시기에서는 오방색의 색동과 흰 깃발, 단청 등이 등장해 한국인의 정신성을 강조했다.

2000년대 '무위'와 2010년대 '진여'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어우러짐을 통해 무위자연의 정신을 담았고, 2012년 이후 '잔상'으로 향하며 산은 점차 간결해지고 무채색의 수묵언어로 대체됨을 살펴볼 수 있다.

윤지선
PA-1289, 윤지선, 누더기 얼굴#15004, 2015, 초상사진과 광목에 재봉질, 135×104cm_전면
PA-1292, 이세현, Between Red-015JUL02, 2015
PA-1292, 이세현, Between Red-015JUL02, 2015
SC-1293, 김주현, 뫼비우스의 띠, 2016
SC-1293, 김주현, 뫼비우스의 띠, 2016
▲회화, 설치작품 동시대미술의 흐름=제4전시실은 지난해 구입한 신소장품을 전시한다.

윤지선 작가의 작품은 자신의 얼굴 사진에 미싱으로 박음질을 하고 변형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게 함으로써 고정된 자아의 개념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색채의 선들은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이는 전통적인 미싱의 기능을 전복해 여성을 가두었던 이미지를 해방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세현 작가는 화면을 채우고 있는 극사실적인 형상을 모두 붉은색의 비현실적 색감으로 그려져 관람자에게 긴장감과 불안한 감정을 일으킨다. 작품 곳곳에 해골로 상징되는 죽음에 대한 메타포는 전쟁과 분단을 겪은 우리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김주현 작가의 뫼비우스 띠는 우주 공간의 다양한 변화와 가능성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비대칭 나선으로 순환하며 안과 밖이 교차하는 그물망 구조의 유기적인 결합은 뫼비우스의 띠로 대표되는 상호순환 원리의 실현이다. 발광다이오드(LED) 빛의 효과로 응집과 확산에 의한 우주 공간의 환영을 느낄 수 있다.

NM-1294, 김윤철, 크로마, 2019
NM-1294, 김윤철, 크로마, 2019
NM-1295, 박지혜, 그곳에 아무도 없다, 2019
NM-1295, 박지혜, 그곳에 아무도 없다, 2019
김윤철 작가의 '크로마'는 이번 전시의 모티브가 됐다. 세 개의 원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하는 구조로 자신의 꼬리를 무는 뱀인 우로보로스의 신화에서 오마쥬 됐다. 작품 표면은 300개의 셀로 덮여 있는데 키네틱 장치에 따라 셀 구조가 각각 다른 압력을 받고 독특한 패턴의 이미지로 크로마(채도)로 표현된다.

박지혜 작가의 싱글 채널 비디오도 전시된다. 구미동 하수종말처리장은 완공 직후 악취에 대한 집단 민원으로 중단된 이후 방치된 공간이다. 작가는 사회 구성원들의 숨겨진 감정들과 공간이 맺는 맥락을 우회적인 방식으로 조명하고 있다.

김정헌, 말목장터 감나무 아래 아직도 서있는..., 1994
김정헌, 말목장터 감나무 아래 아직도 서있는..., 1994
KO-1281, 김호득, 급류, 2018
KO-1281, 김호득, 급류, 2018
PA-1284, 박명규, Red and Blue, 1974
PA-1284, 박명규, Red and Blue, 1974
▲대전현대미술의 세계=제5전시실은 동시대 미술의 실험성, 작가별 섬세한 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전현미술 작품을 모았다.

김정헌 작가는 80년대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새로운 예술에 대한 이념을 주체적으로 해석한다. '말목장터 감나무 아래 아직도 서 있는…'은 가로 3m, 세로 2m가 넘는 대형 걸개그림으로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전에 출품한 민중미술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김호득 작가의 작품은 실경을 바탕에 둔 관념, 관념을 품고 있는 실경 사이를 오가며 거친 붓놀림만큼 기존 수묵 산수화에 대한 필묵의 실험을 지속해온 작가다.

박명규 작가의 작품은 뜨거운 추상, 차가운 추상으로 대비되는 색을 배치해 흰색의 여백을 도입함으로써 한국적 미의식을 배가한다. 오방색에 속하는 색을 사용하면서도 간결한 선과 점, 스며듦과 베어나오는 기법을 통해 탄생한 형태들은 동양적 정신에 가까운 미학을 담고 있다.

PA-1285, 이종협, Transformation 2, 1975
PA-1285, 이종협, Transformation 2, 1975
PA-1283, 임립, 고가의정담, 1980
PA-1283, 임립, 고가의정담, 1980
PA-1286, 권영성, 사거리와 도로의 관계그래프, 2015
PA-1286, 권영성, 사거리와 도로의 관계그래프, 2015
이종협 작가의 트랜스포메이션은 대전 지역 현대미술의 태동을 일으킨 '19751225그룹'으로 활동하던 1976년 당시에 선보인 작품들이다. 억압된 시대에 정서를 겹겹이 쌓아 올린 구조적 양식에 공간을 연결하는 인체의 편린이 화면 전체를 채운다.

임립 작가의 '고가의 정담'은 제29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한 작품이다. 두텁게 덧바른 물감 위에 나이프와 천을 사용해 긁고 닦아내고 선을 긋는 작업을 반복했다.

권영성 작가는 한국의 도시형성과정과 발전상황을 그래프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사회적 구조가 도시 내부 사물들의 관계, 인공물과 자연물의 관계에 끼치는 영향을 위트 있게 재조합한다.

전원길 작가는 작업실 주변에 서식하는 야생초들을 화분에 담아 1년간 키우면서 식물의 특성을 연구했다. 천여 장의 드로잉과 수백 장의 사진작업을 병행해 작가만의 색의 순수성과 풍경적 상황을 투명하게 중첩해 분리와 연결을 풀어냈다.

함명수 작가의 작품은 '얼라이브'다. 시골로 작업실을 옮긴 후 주변 환경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작품으로 붓의 터치에 중점을 뒀다. 물감이 마르기 전 칠하고 긁어내는 작업을 통해 색채가 뒤섞이는 효과를 연출해 생명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감각을 구현했다.

PA-1291, 전원길, 식물성 풍경, 2015-01
PA-1291, 전원길, 식물성 풍경, 2015-01
PA-1282, 함명수, Alive, 2019,
PA-1282, 함명수, Alive, 2019,
PA-1287, 박은영, 환생의 숲, 2014_01
PA-1287, 박은영, 환생의 숲, 2014_01
PA-1288, 박혜경, 시간의 기록 - 암송하기 01, 2015
PA-1288, 박혜경, 시간의 기록 - 암송하기 01, 2015
박은영 작가의 ‘환생의 숲’은 캔버스 위에 수집된 자연 이미지를 영사기로 투사한 후 붓질을 통해 완성한다. 방을 어둡게 해 시각적으로 제한된 환경을 설정하고 우연한 흘림과 색의 쓸림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박혜경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 몸의 감각과 기억을 가시화한 선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쌓아 화면을 구성했다. '시간의 기록-암송하기01'은 작업 속에서 반복적으로 그리는 것, 시간과의 관계를 관찰하고 그 대상에 대해 사유하는 것, 대상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작가 자신을 치유하는 명상적이고 제의적인 과정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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