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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이런 바이러스 같으니라고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입력 2020-02-17 08:13   수정 2020-02-17 11:11

이준원교수
이준원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박쥐에서 유래한 바이러스로부터 중간 숙주를 거쳐 사람을 매개로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는 수천만 년에 걸쳐 인류의 유전자에 편입됐고, 인간 유전자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손쉽게 숙주세포에서 짧은 시간동안에 자신의 형태를 복제하려면 효율적이고 단순한 유전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 유전자의 기능은 사람 세포의 성장과 왕성한 분열에 사용됐고 우수한 체력과 더 많은 양의 세포를 지닌 인체로 발달해 왔다.

세포의 대사에 필요한 단백질의 생산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었기 때문에, 신경 세포와 뇌의 발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고, 인류의 지적인 진화와 발달에 바이러스는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분명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레트로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한 종류가 인간에게 편입된 시점을 영장류의 발달에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의 숙주인 박쥐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려는 놀라운 적응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박쥐에게는 총 137종에 이르는 바이러스가 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인수공통 바이러스가 61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를 많이 가지게 된 이유는 동굴 같은 장소에서 무리지어 살아서 상호 감염이 쉽고, 모기나 진드기 같은 해충을 먹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쉽게 죽지 않는 이유는 체온이 높아 면역력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돼 있다고 한다. 인간은 면역력이 지속되면 근원적으로 심각한 염증이 동반되므로 면역시스템은 필요할 시기에만 인터페론을 만들어 내지만, 박쥐는 인터페론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도 염증 반응은 발생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면역 시스템을 이용해 전염성 바이러스의 치료에 응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유해물질로 다양한 화합물이 뒤섞여 있다. 뇌졸중, 심장질환 등을 일으키며 바이러스나 병원성 미생물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병원성 미생물인 ‘농녹균’은 미세먼지 안에서 군집화돼 바이오 필름을 형성해 항생제 저항성을 가지게 되고 폐에 도달해 폐렴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국이 특히 코로나19 감염증에 의한 부작용이 심한 이유는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적인 문제에 기인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류·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교수는 인류는 앞으로 멸종될 6번째 종이라고 지목했다. 새로운 바이러스와 질병의 발생 빈도는 아마존 밀림의 파괴 면적과 비례한다고 한다.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심각한 환경 파괴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 출몰을 양산하고, 인간이 홀로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종들을 파괴한다면 '인류의 적은 인류'가 될 것이다.

바이러스는 놀라운 속도로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 유전자와 섞는 능력이 있다. 이러한 돌연변이 유전자들은 다른 종들 간의 이동을 매우 유리하게 만들고 감염 능력을 쉽게 획득하게 한다. 중간 숙주와 인간의 빈번한 접촉은 환경 파괴의 문제로부터 발생하고, 바이러스 간의 종간 장벽이 무너진다면 인류는 멸종된 종으로 기록되거나, 진화를 거듭한 인간은 바이러스들이 자유롭게 번식하는 개체가 될 수도 있다.

박쥐는 날개를 가지고 날아다니긴 하지만 새도 아닌 포유류 인지라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서 야비한 행동을 일삼는 기회주의적인 사람'을 '박쥐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조직의 성향보다는 개인적인 취향이나 기회주의적인 성향이 우선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많다 보니, '박쥐같은 사람'이라는 표현보다는 생존과 자존감을 위해 놀라운 속도로 많은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바이러스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써야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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