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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여자] 강- 황인숙

우난순 기자

우난순 기자

  • 승인 2020-02-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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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제공


황인숙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삶이란 무엇인가. 태어나서 죽는 행로에 대해 어떻게 부딪쳐야 할까.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괴로운 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토로하고 싶은데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고?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고? 나의 친애하는 사람들은 어디 갔을까. 어차피 혼자인 것을, 생은 너무나 남루하고 찌질한 거 아닌가. 너도, 나도. 시인은 절망을 부여안고 강에 가서 말하라고 한다. 그리고 강가에서 서로 눈도 마주치지 말자고 한다. 우리 같이 강을 바라보며 인생의 치사함에 대하여 말하자고 한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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