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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시간, 사람, 그리고 삶

- <작은 아씨들>

입력 2020-02-27 09:54   수정 2020-02-27 09:54
신문게재 2020-02-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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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은 원작 소설이 있고, 이미 여러 번 영화화된 작품입니다. 텔레비전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습니다. 길어도 길어도 또 길어 올릴 것이 있는 깊은 샘과 같습니다. 영화는 작가인 조에 의해 진행됩니다. 첫 장면 조가 신문사 문 앞에 서서 오래 주저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마침내 힘차게 열고 들어가면서 영화는 펼쳐집니다.

영화는 뉴욕에서 작가 생활을 하는 조가 동생 베스의 위중한 병세로 다시 고향에 돌아가 장례를 치르고, 그 모든 일을 글로 적어 작품으로 출판하는 과정이 메인플롯입니다. 여기에 과거의 일이나 같은 시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서브플롯으로 그려집니다.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오는 플래시백(flashback), 같은 시점의 여러 사건이 섞이는 교차 편집이 사용되었습니다.

보통 플래시백과 교차편집이 쓰이게 되면 영화 곳곳에 단절과 차이의 흔적이 드러나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단절, 메인플롯의 주인공과 서브플롯의 다른 인물의 장면 간에 분명한 차이를 둠으로써 긴장과 갈등을 강화하고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는 일반적 방식을 벗어나 있습니다.

가난한 이웃에게 음식을 나누거나, 이웃집 부자 아저씨와의 교유를 통해 피아노를 배우게 된 베스, 조와 로리의 사랑과 결별, 메그와 존의 댄스 파티와 결혼은 과거의 일들입니다. 파리로 미술 공부하러 떠난 에이미와 로리의 만남, 비싼 옷감을 산 뒤 가난한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메그, 조와 프리드리히의 만남, 전쟁에 나갔던 아버지의 귀환 등은 현재에 속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모든 에피소드가 크게 구별되지 않고 뒤섞여 있습니다. 교차편집과 플래시백이 수시로 얽힙니다. 그러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과거와 현재, 각 인물의 이야기 사이의 경계를 알아채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방식들을 통해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삶의 총체성입니다. 과거와 현재, 나와 다른 이의 삶이 교직(交織)됨으로써 삶이 만들어진다고 보는 것입니다. 여기에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판타지를 끌어옵니다. 조와 프리드리히의 로맨스는 현실인지 허구인지 불분명합니다. 출판사의 권유를 조가 수용한 결말입니다. 그러나 그것까지도 삶입니다. 꿈도 가정도 거짓도 다 삶이니까요. 영화는 삶이 현실보다 크다는 걸 말해 줍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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