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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까불면 죽는' 법

한세화 기자

한세화 기자

  • 승인 2020-03-15 11:39

신문게재 2020-03-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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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코로나19'가 심각 단계에 이르기 직전까지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목사의 막말 파문으로 세간이 시끄러웠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앞 거리집회에서 전 목사는 "나는 하나님 보좌((寶座)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발언을 해 개신교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관련해 여러 논란이 있지만 차치하고 그가 말한 '까분다'라는 표현만 떼서 생각해보려 한다. '가볍고 방정맞게 행동한다'라는 뜻의 '까불다'는 기계화 이전의 농경사회에서 가을 추수가 끝난 후 벼 낱알을 키 위에 올려놓고 앞뒤로 흔들며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는 행위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키를 까불러 곡식으로써 쓸모있는 낱알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전 세계가 초비상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같은 신생 바이러스 출몰에 대해 '지구의 기후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미생물의 최소단위인 '바이러스'는 온도와 습도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진다. 쌀벌레나 초파리가 애초부터 쌀알에, 음식물 내 존재했던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과거로 거슬러 산업혁명 이후 석탄과 석유 등 화학연료를 사용하면서 인류는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지만, 지구환경은 병들기 시작했다. 병증은 '온난화'로 나타났고, 극지방의 빙하를 녹이는 원인이 됐다. 이때 잠자고 있던 모균(母菌)이 깨어나면서 바이러스는 인류와 공존하기 시작했다.



바이러스는 매우 가볍고 입자가 미세해 이동과 정착이 쉽다. 그 때문에 인간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있다가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발현된다. 조선 명종 때의 예언가 남사고는 자신이 쓴 비결서 <격암유록>에 "개벽의 시대가 오면 머리는 작고 다리가 없는 생명체(소두무족(小頭無足))가 창공을 날아다니며 인간을 쳐낸다"라고 예언했다. 전염병 창궐로 혼란을 겪는 지금을 정확히 예측했다는 점에서 소름이 돋는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관점에서 피해야 할 존재지만, 우주의 입장에선 규칙에 맞지 않는 생명체를 과감히 탈락시켜 균형감을 유지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신생 바이러스 출몰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온난화를 비롯한 갖가지 요인으로 지구 생태계가 변화할수록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생겨나 우리를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최첨단 현대의학으로 이를 저지할 신약을 개발하고 있지만, 새로운 백신이 상용화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리는 현실에서 사실상 뒷북만 치는 격이다. 코로나19 백신이 탄생하는 날, 우리는 또 다른 신생 바이러스로 인해 지금의 혼란을 겪고 있을지 모른다. 마스크를 쓰고 하루 몇 번씩 소독제로 손 씻는 일도 중요하지만 결국, 개체 차원에서 적응력, 즉 몸과 마음의 면역을 키우는 일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우주가 감행하는 인류를 향한 '키질' 속에서 우리는 알곡으로 남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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