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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신문] 장기입원이 부른 비극, 정신장애인 사망

신가람 기자

신가람 기자

  • 승인 2020-03-18 08:53
지난 2월호 기사에서 다뤘듯이 코로나 19로 인해 마스크 품절대란을 비롯해 온 나라가 힘겨움을 견디고 있다. 특히나 초기 사망자가 집중된 청도 대남병원 사망자가 확진 후 치료를 위해 이동하면서 했던 ' 바깥에 나가니까 너무 좋다. 잘 갔다 오겠다' 라는 말을 남겨 더욱 안타까웠다.

10년만의 첫 외출이 사망으로 이어진 비극속에서 그가 한 말은 정신보건 현장에서 일을 하는 실무자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픈 일이다. 이후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연일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단순히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개인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건강한 사람의 경우 적절하게 치료를 받고 퇴원하는 모습과 대비돼 더욱 그러한 감정이 배가됐다.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만든것인가? 바로 정신병원 폐쇄병동의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몇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시 주인공이 입원했던 병원 장면이 기억날 것이다. 실무자로서 화면에 나온 병원의 모습을 보면서 국내에 그런 시설을 갖춘 병원이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고 한편으로 입원비가 많이 비싸 대부분 의료급여 환자인 정신질환자들에게는 꿈도 꾸기 힘들겠구나 하는 자괴감이 동시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현재 대다수의 정신병원은 관련 법령과 환경치료라는 전문적 치료법에 의거해 일반 병원과 마찬가지로 침대를 비롯한 개인공간을 확보하고 환자들을 위해 쾌적한 환경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혐오시설과 낮은 수가가 맞물려 일부 병원들의 경우 미디어에 나온것처럼 열악한 환경이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신질환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진과 당사자, 가족이 한 팀이 되어 적절한 치료를 이어간다면 얼마든지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편견 등으로 치료 시기를 놓쳐 만성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족들은 잦은 재발로경제적·심리적 위기에 놓이게 되고 이로 인해 당사자가 퇴원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기보다돌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에 입원시키는 것이 반복되면서 장기입원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된다. 그로 인해 당사자들은 수동적이고 무기력하게 소위 '시설증후군'을 겪게 되면서 정신건강뿐만이 아닌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나빠지게 되어 전염성 질환에 되는 노출되는 경우 집단 전체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했다.

위와 같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기 입원되어 있는 정신장애인들의 탈수용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정신의료기관 대비 이들을 관리하고 수용할 수 있는 공동생활가정을 비롯한 지역사회 시설은 예산과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장기간 입원됐던 이들이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요양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half-way라고 부르는 지역사회전환시설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전시의 경우 정신보건 전문가와 가족, 당사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음에도 지방비로 설립해야 하는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설치가 요원한 상태로 현재 한 군데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정된 자원속에서 무엇에 더 가치를 두고 이를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지금이 바로 몇 십년간을 외출 한 번 자유롭게 하지 못 한 정신장애인들을 위해 우리 모두가 움직여야 할 때임이 분명하다. 권현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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