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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기의 말씀 세상] 교회와 코로나 19

이홍기/ 원로목사

김의화 기자

김의화 기자

  • 승인 2020-03-19 00:00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교회 예배도 예외가 아니다.

예배를 평상시대로 성전에서 드릴 것인가 아니면 가정예배로 전환할 것인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전통에 얽매이지 말고 생명을 살리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고 제안한다.

예수님도 율법보다는 생명을 중시 하였다.



종교개혁시대에 전 유럽에 흑사병이 창궐했다. 당시 카톨릭은 믿음으로 전염병을 이기자면서 성당으로 다 모이라고 했다. 그로인해 2000만 명 이상이 흑사병에 전염돼 사망했다.

루터는 흑사병이 창궐할 때 상황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는 각 가정에 흩어져 예배를 드리자고 하였다. 제도적 성전예배 보다는 초대교회 예배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그것이 가정공동체 예배였다. 예배를 포기할 게 아니라 잠시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자고 한 것이다. 예배를 어떻게 드릴 것인가에 대한 결정기준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해야 된다. 사회적 거리 지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서울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가정예배로 전환 시 목회자들이 염려하는 것은 성도들이 예배를 포기하거나 편의적으로 드리려는 정신을 가져 믿음이 약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전교육도 필요하고 교구장, 목자(구역장)등을 통해, 전화, 문자, 카톡 등으로 소통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 그렇다고 걱정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1~2개 월 한시적이니까 큰 문제는 없으리라 판단된다.

지난주에 이재명 경기지사와 경기도내 목회자들 간에 긴급간담회가 있었다. 간담회를 갖게 된 동기는 이 지사가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을 발동하였기 때문이다. 간담회를 통해 이 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감염을 막는 게 목적이지 집회를 막으려는 목적은 아니다. 감염예방조건을 수행하지 않으면 집회를 제한하는 것으로 협조를 구했다"고 하였다. 목회자 중에는 수원에서 목회하는 D목사가 "이 지사의 논리대로라면 버스와 지하철,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2m이상 떨어져야 한다. 노래방,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이 많은데 유독 교회에만 과도한 제한을 두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논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M목사의 말이 맞다. 집단감염을 우려하여 교회예배를 중지하라면서 많은 사람이 모여 춤추는 클럽에 대해서는 왜 모른 척 하는지 들이대는 잣대가 다르다. 하지만 목회자는 이 문제를 법적인 시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공무원은 법을 가지고 세상나라 일을 하는 사람이고, 목회자들은 사랑을 가지고 하늘나라 일을 하는 사람이다. 사랑으로 세상 법을 뛰어 넘어야 한다. 세상 법을 가지고 대화를 한다면 접점을 찾을 수 없다. 가뜩이나 지금은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바라보는 눈이 예사롭지가 않다. 이 기회에 교회가 세상 사람들에게 착한 행실을 보여 교회 이미지를 쇄신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기회로 삼기를 소망한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도 "예배는 기독교의 본질이요 최고의 가치라"고 말했다. 로마의 박해가 극심할 때도 초대교회 성도들은 카다콤의 지하 동굴에 들어가 예배를 드렸고, 일제강점기에도, 6.25 전쟁 때도 예배를 중단하지 안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국민보건과 사회공익에 앞장서야하는 공교회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외면할 수 없다. 우리의 믿음을 지킨다고 평상시처럼 주일예배를 강행하여 환자가 발생해 교회가 폐쇄 당한다면 사회적 비난과 공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경기도 성남에 모 교회가 주민의 만류에도 주일예배를 드리다가 집단 감염돼 폐쇄했다. 이로 인해 세상 사람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교회가 칭찬을 받아야지 비난과 공격을 받는다면 교회로서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일부지방에서 내린 행정명령은 교회를 핍박하는 차원이 아니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자는 취지니까,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만 불편을 감내하자는 것이다.

서울 중앙루터교회는 이 혼돈의 때를 이웃사랑으로 극복하고 있다.

최주훈 담임목사는 당회를 열어 한 달간 휴회 결정을 하고 교인들에게 알렸다. 교인들의 반응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교회가 고작 할 일이 예배모임 중지 밖에 없느냐며 낙담했다." 그래서 대형교회는 아니지만 교회로써 할 일을 찾아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교인220명) 당회에서 논의결과 노숙인 무료급식시설 "바하밥집" 지원과 단체배식이 중단된 노숙인들에게 식사와 마스크, 손 소독제 비용을 제공키로 하였다.

고난은 위장된 축복이다. 이런 때일 수록 교회는 움추려 들지 말고 담장을 넘어 섬김과 나눔의 사회적 책무를 다 해야 한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말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지팡이로 삼고 성령의 능력을 막대기로 삼아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자.

이홍기/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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