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익은 달걀로 코로나 깨트리기

이현제 경제사회부 기자

이현제 기자

이현제 기자

  • 승인 2020-03-25 09:54
  • 수정 2020-03-25 09:54

신문게재 2020-03-26 22면

2020022401010015365
이현제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기사를 쓰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일명 '온라인 마와리(마와리:기자 은어로 사건 취재를 위해 경찰서를 도는 일)'를 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에서 대전 소식을 주로 다루는 몇몇 페이지들이 눈에 띄었다. 이미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홍보도 하며, 가게 주인들이 단 댓글에 위로의 말들이 이어져 온라인상이었지만 대전의 정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그중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사장님이 아닌 일반 회사원 한 명이 올린 글이 눈에 들어왔다. '유성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가게 한 곳을 돕고 싶으니 댓글을 달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어려운 소상공인 가게에서 음식을 구매하고, 그 음식으로 코로나로 고생하는 주변에 기부하겠다는 취지도 설명하고 있었다.

허윤석 씨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다. 윤석 씨의 이야기를 담아 '대전서 일어나는 착한 소셜 운동'이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전화를 통해 윤석 씨를 다시 만났다.

"봉사활동 준비는 잘 되세요?"

"후원할 가게는 정했는데, 음식 기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이 생겼네요. 보건소는 개인 기부를 받질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유성소방서로 음식을 기부할 수 있도록 연결하게 됐다.

이후 윤석 씨의 봉사활동 모습을 담은 기사를 준비했다. 3월 14일 토요일 오후 2시. 문지동의 한 꼬마김밥집에서 윤석 씨를 만났다.

김밥집의 사장님은 윤석 씨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코로나로 가게가 어려워 윤석 씨가 후원한 30만 원이면 하루 총 매출 수준이라며 좋은 취지를 알고 있어 생수와 요구르트를 함께 기부하기를 원한다고 챙겨줬다.

들뜬 마음으로 유성소방서로 향했다.

하지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이 달랐던가? 미리 연락하고 정한 약속 시각에 방문한 유성소방서에서는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여 당황했다.

사건·사고로 현장에 출동하면 시민들의 불만과 고통만 들어왔던 소방대원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넘어서 간식과 함께 전달된 감사 표현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이후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식을 전하는 윤석 씨와 감사 표현을 받은 소방관들의 미소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코로나로 힘들어하고 고생하는 주변을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고, 적극적인 위로와 감사 표현이라도 해야 한다. 해보면 쉽다. 해보면 위로가 된다. 해보면 정말 힘이 된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말고 따뜻한 위로의 달걀로 코로나 돌을 깨트려보자. 많이 따뜻하면 달걀이 익어 더 깨기 쉬워질테니.


이현제 기자 guswp3@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