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의 아침단상 (870)]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유지은 기자

유지은 기자

  • 승인 2020-04-08 11:54
  • 수정 2020-04-08 11:54

신문게재 2020-04-09 19면

염염
염홍철 한남대 석좌교
요즘은 '사람이 그토록 악할 수가 있는가?'라고 자문 하면서, 그래도 '착한 사람이 훨씬 더 많지'라고 위안합니다.

그래서 'n번방' 범행을 생각해 보고, 이런 악행에 대한 성직자들의 의견도 살펴봅니다.

그러던 중 어느 3년 차 여자 경찰관의 책(<경찰관 속으로>)을 읽고 더욱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지구대나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이 접하는 현장이 우리사회의 표본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는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경찰관만 있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은 닿지 않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이 경찰관이 경험한 사건들은 우리를 너무도 아프게 합니다.

소수이지만, 대부분 '남성'들이 저지른 악행입니다.

그들의 피해자는 아내이고 자식입니다.

이런 가정폭력에서 가혹한 폭행은 당연하고, '죽여 버리겠다고 목을 잡고서 창가로 끌고 간 뒤 매달아 놓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버리겠다고 냄비에 물을 끓이는 가장'도 있는데, 그 자리에 떨고 있는 아이들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경찰관의 심정은 어떻겠습니까?

결혼이주여성이 당하는 괴로움도 많지요.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이주여성에 대한 학대와 폭력은 물론이고, 그 보다 더 큰 고통은 아내로서 또는 사람으로서 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자 친구의 외도를 의심한 남자는 그 여자가 기르던 강아지 두 마리를 칼로 찔러 사체의 가죽을 벗겨 씽크대 수도꼭지 위에 걸어 놓았다고 하는데, 이 상황에서 과연 누가 짐승이고 누가 인간이인가요?

구토를 참으며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책을 쓴 경찰관도 말했지만 과연 '죄란 무엇이고 형벌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그래서 좋은 책이었습니다. 한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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