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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6·13地選 2년 충청정치를 묻다 ④ '2022호' 대선 열차에 탑승하라

충청대망론 주자 지역발전 '지렛대'
안희정 전 지사 낙마 뒤 공백 장기화
박범계 정진석 양승조 노영민 등 거론

강제일 기자

강제일 기자

  • 승인 2020-06-03 17:23
  • 수정 2021-05-02 12:32

신문게재 2020-06-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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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들이 먼저 만나자고 합니다. 대권 주자가 지역에 있고 없고의 차이는 이런 것 같습니다"

2017년 4월, 충남도 한 고위 공무원은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끝난 직후 중도일보와 만나 이같이 전한 바 있다.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는 경선에 참여해 2위를 차지했다. 문재인 대통령 벽에 끝내 무릎을 꿇긴 했지만, 한때 지지율 턱밑까지 추격하며 여권 유력 잠룡으로 주가를 올리던 때다.

안 지사 경선 참여 이전에 충청권을 대했던 중앙 공무원 태도와 경선 과정 또는 이후의 모습이 180도 달랐다는 것이다. 다른 충남도 공무원도 "안 전 지사가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될 당시 충청에 줄을 대려는 중앙부처 공무원이 부지기수였다"고 회상했다.



안 전 지사는 미투 파문에 연루돼 정치인 생명은 사실상 끝났지만, 그의 전성기 때 충청권이 받았던 후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이처럼 충청 대망론 주자가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앞당기는 지렛대가 된다는 데 이견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안 전 지사가 낙마한 2018년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충청권에 이렇다 할 대권 주자가 없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후반, 대전 충남 혁신도시 지정과 우량 공공기관 유치,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 행정수도 완성, 충북 강호축 개발 등 지역 현안이 산적하다. 이런 가운데 충청권이 힘을 받기 위해선 유력 대권 주자 발굴이 시급한 과제로 다가온다.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지는 20대 대선이1년 8개월 여 남은 만큼 많은 시간은 남아있지 않다.

후보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대전서을)은 평소 영호남 지역주의 극복과 두 지역의 중재를 위한 충청역할론을 주창한다. 나아가 박 의원은 충청 역할론과 대망론은 일맥상통한다며 대권 도전 의지를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4·15 총선에서 3선 중진으로 도약한 박 의원은 8월 전당대회 때 당권에 도전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거나 입각할 경우 충청대망론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보수야권에선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공주부여청양)이 꼽힌다. 5선인 정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 야당 몫 부의장이 유력하다. 집권당 원내대표를 지내며 당내 기반도 다져놨고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또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 국정 경험을 쌓은 것도 장점이다. 그는 앞으로 21대 국회 부의장 역할론에 따라 대선열차 탑승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양승조 충남지사 역시 지역의 대권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4선 의원 출신으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도백(道伯)으로 갈아탄 그는 충청 인사 가운데 여의도 인맥이 두텁기로 정평이 나 있다. 4·15 총선에선 문진석(천안갑), 이정문(천안병) 의원 등 '양승조 사단'이 국회에 입성하기도 했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 도지사로서 행정력을 인정받는다면 심대평, 이완구, 안희정 등 '선배 도지사'처럼 '대선 링'에 소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3선 의원 출신으로 문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보좌하고 있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지역 내에서 잠재적인 대권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노 실장은 친문(친문재인) 핵심인사로 민주당 최대 계파인 이들의 세력을 언제든지 등에 업고 나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현역 의원 또는 단체장이 아닌 관계로 '자기 정치'를 할 수 있는 앞선 3명과 다소 다른 여건이긴 하다. 2년 뒤 지방선거에서 무주공산이 되는 서울시장 또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내년 재보궐 선거 수요가 생길 수 있는 경기지사 자리에 도전 꿰찬다면 차차기 대권을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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