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폭염처럼, 피할 수 없는 상실의 불씨…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

매기 오파렐 지음│이상아 옮김│문학과지성사

박새롬 기자

박새롬 기자

  • 승인 2020-07-02 17:50
  • 수정 2020-07-02 17:50
불볕더위에대처
 문학과지성사 제공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

매기 오파렐 지음│이상아 옮김│문학과지성사



일상은 우연에 의해 틀어지곤 한다. 그것을 직면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그 순간을 묻어버리면, 뒤틀린 결함은 상실과 상처의 불씨로 변한다. 그 불씨는 사소한 계기로 발화해, 누군가의 삶을 그을린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아일랜드 작가 매기 오파렐의 작품 『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은 1976년 7월 15일 목요일에서 16일 금요일을 거쳐 19일 일요일까지, 나흘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역대 최고의 폭염이 런던 전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던 그때, 라이어든 가족에게 묵직하게 내려앉은 더위만큼이나 몸과 마음을 압박해오는 일이 벌어진다. 최근 은퇴한 아버지 로버트가 집 앞 가판대로 신문을 사러 가겠다고 나가서는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의 아내 그레타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실종에 당황해 집을 떠나 살고 있는 세 자녀에게 연락을 하고, 오랜만에 고향집에 모인 세 자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된다.

작가는 과거에 미처 발화되지 못한 이야기가 현재에 이르러 우연하게 미스터리로 드러나는 것을 주요 모티브로 삼아 결함이 있는 단층 위에 쌓아올린 우리 삶을 예리한 시선으로 파헤친다. 개인의 삶과 인간관계의 다양한 면모는 현실감 있게 묘사된다. 1976년 실제로 영국을 강타했던 폭염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개인적인 곤경과 불안, 위기감에 그 심리적 무게를 더해준다. 불볕더위처럼,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상의 갈등과 사건들은 후회, 의심, 상실, 분노와 같은 본질적 감정을 몰고 온다. 작가는 그 감정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불안과 고통이 가진 힘, 애정과 공감, 그리고 이해로 풀어 나가는 자신만의 색을 보여준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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