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회화전공 심유나 학생 "골령골, 전쟁은 과거 아닌 현재"

골령골 추모제서 유가족 주제로 한 그림 선봬
기자인 아버지 영향으로 사회적 문제에 눈 떠
"그림 표현방식 변해도 주제의식은 확고할 것"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20-07-13 16:59
  • 수정 2020-07-13 16:59

신문게재 2020-07-14 7면

골령골
골령골/캔버스에 아크릴/130.×97.0/2020
한국전쟁 70주년과 대전 ‘산내학살’ 사건 합동 추모제가 열린 지난달 27일, 현장에서 한 점의 그림이 공개됐다. 사람들을 향해 총칼을 휘두르는 군인들이 있고, 이 반대편에는 두려움과 슬픔,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있다. 잔혹한 죗값에 대한 물음일까, 이유도 모른 채 묻힌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넋일까. 다양한 물음과 답을 담은 이 그림은 한국전쟁의 상흔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추모제 화제로 떠올랐다.

추모제 후 보름 만이던 13일 오전 '골령골' 그림을 그린 한남대 회화과 심유나(3학년) 학생을 만났다.

심유나 학생은 "어렸을 때 대전형무소 근처 아파트에 살았고, 고등학교 때는 골령골 유해발굴 봉사단에서 활동했다"며 "여러 경험을 통해 골령골 유가족들의 슬픔을 봤다. 전쟁은 과거가 아닌 현재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림은 유가족이 주제다. 해골을 들고 있는 유족들에게 군인들이 총을 쏜다. 얼굴과 육체가 왜곡되게 표현된 희생자들에게서는 고통과 슬픔이 느껴진다. 무거운 주제지만 색감은 밝게 칠해 고통을 극대화했다. 이 그림은 추모제 기념품으로 제작된 컵 디자인으로도 활용됐다.

심유나
한남대 회화과 3학년 심유나 학생. 이번 여름방학에는 공모전 도전과 9월 전시 준비에 전념할 생각이다.
심유나 학생은 골령골을 담당하는 기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전쟁, 골령골,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일찍 눈을 떴다.

심유나 학생은 "아직은 학과 3년이기 때문에 나만의 화풍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저는 또래 친구들보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예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림체나 표현 방식은 바뀔 수도 있지만,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주제의식만큼은 확고하게 가져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림을 추모제에서 공개하기까지 걱정이 많았다. 그림이 노골적이라 유가족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됐다"며 "그런데 유가족들이 그림을 그려줘서 고맙다고 오히려 격려해주셨다. 그림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무거운 주제다 보니 주변의 우려도 있다. "왜 네가 전쟁에 대한 그림을 그리니?"라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심유나 학생은 "골령골이나 전쟁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면 친구들이나 교수님들도 의아해한다. 이런 일이 대전에서 있었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제 그림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18학번 동기 중에서도 사회 문제를 다루는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이 늘고 있어 서로 자극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코로나19가 가장 크게 와 닿는다. 분명한 재난인데, 혐오와 차별이 생겼다. 개인정보도 지켜지지 않는다. 등록금 반환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이 쌓여 고민할 것들을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쟁의 단편을 고발했던 피카소, 화려한 색감으로 현실을 풍자하는 미국의 화가 피터 사울을 좋아하는 대학생 심유나 학생은 "골령골이든, 코로나19 등 문제의식을 느끼면 해답을 찾듯 그림을 그려왔고, 앞으로도 그려갈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3.0
3.0/캔버스에 아크릴/53.0×45.5/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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