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95억 만삭 아내 사망사고 남편 살인 혐의 무죄

대전고법 형사6부 살인혐의 무죄 선고
고속도로 사망사고에 따른 치사죄 적용
"숨진 아내 외에 보험가입 많고 수면유도제 단정 어려워"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0-08-10 16:33
  • 수정 2020-08-10 19:04
대전고등지방법원
대전고등·지방법원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만삭의 아내를 살해하고 보험금 95억 원을 받아내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편이 파기환송심에서 금고 2년을 받고 법정구속 됐다.

하지만 사건의 핵심이던 살인 혐의는 무죄를 받았다.

대전고등법원 형사6부(재판장 허용석)는 10일 남편 이모(50) 씨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죄를 물어 금고 2년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이 사건은 2014년 8월 23일 오전 3시 40분께 남편 이씨가 경부고속도로 천안 구간 하행선을 주행하던 중 갓길에 주차된 8t 트럭을 뒤에서 충돌해 보조석에 탑승한 임신 7개월의 아내(25·캄보디아)가 숨지면서 발생했다.

남편 이 씨가 숨진 아내의 이름으로 사망보험금 95억 원에 달하는 25개의 보험에 가입했고, 충돌지점 50m 전방에서 상향등을 켜고 속도를 줄인 정황 등을 들어 검찰은 아내를 살해하기 위한 고의적 교통사고라고 판단해 남편을 살인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 씨는 운영 중인 생필품 매장에서 판매할 상품을 서울에서 구입한 후 새벽 귀가하는 길에 졸음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승합차를 운전해 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된 트럭을 향해 보조석 방향으로만 충돌을 일으키는 게 선택 가능한 범죄수법이 아니라고 혐의를 전면 반박했다.

2015년 대전지법 1심 재판부는 불리한 간접증거만으로는 교통사고를 위장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혐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대전고법 항소심에서는 아내가 숨지기 전 30억원의 보험에 가입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워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7년 5월 남편 이 씨에게 살인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이씨가 숨진 아내 외에도 중도해지를 포함해 본인 55건, 부모 6건, 큰딸 14건, 작은딸 12건 이혼한 전 배우자 2건 등 보험가입이 잦았고, 사망보험만이 아닌 암보험, 실비보험, 연금 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숨진 아내의 혈흔에서 나온 '디펜히드라민'이 수면유도제라고 단정할 수 없고 에어백에서 채취한 남편의 혈흔에서도 같은 성분이 발견돼 비염 등의 일상적 생활에서 쓰이는 복합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세종=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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