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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만든 체육계 기현상… 체육특기생 대입 일반전형에 몰린다

고등부 선수권 미개최 종목 22개나
탁구도 장관기·탁구선수권 연달아 취소
체육입시학원 원생은 2배 이상 늘어
"지역 선수 챙길 수 있는 대학 나와야"

이현제 기자

이현제 기자

  • 승인 2020-09-27 19:55

신문게재 2020-09-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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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개최로 순연된 2021년 제102회 전국체전.
"축구선수로 고등학교 입학했는데, 대학 가려고 이제 학원에서 멀리뛰기 연습해요."

코로나19 여파로 전국체전을 포함한 전국 규모의 체육대회 대부분이 취소돼 고등학생 체육특기생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진학을 위해 대회 수상 이력이 필요하지만, 특기자 전형을 노릴만한 수상대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8월까지 올해 고등부 종목별 대회를 한 번도 열지 못한 종목은 농구, 수영, 체조, 승마 등 22개 종목이다.

대전의 고등학교가 강세를 보이는 카누와 펜싱, 탁구 등 종목에선 일부 대회가 개최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대회가 축소됐고 탁구는 제53회 문화체육장관기와 제66회 전국남녀탁구선수권 대회가 연달아 취소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체육특기생들이 대입을 위해 눈을 돌려 자신의 종목을 포기하고 일반전형을 준비하는 수가 크게 늘었다.

대전체육고 이종원 부장은 "대전체고는 그나마 1~2학년 때 좋은 성적을 낸 학생이 많아 일반전형으로 돌려 준비하는 선수가 크게 늘진 않았지만, 올 시즌 대회에서 입상을 노려 진학과 입단을 꿈꿔왔던 다른 학교 학생 중에선 선수를 포기하고 대입 일반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심하게 증가한 거로 알고 있다"고 했다.

채현진 맥스체대입시학원장도 "정확한 등록 학생 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특정 종목을 전문으로 하는 체육특기생 고등학생들의 일반전형 준비를 위해 학원에 등록한 수는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특정 종목에선 당장 고교 3학년이 아닌 2학년 선수들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기도 하다. 종목 특성상 연초에 진학과 실업팀 입단이 결정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 시기 전국체전까지가 진로를 가르는 주요 시점이기 때문이다.

고2 체육특기생의 한 학부모는 "고교 1학년 말부터 성적이 좋아지기 시작해 기대감이 있었지만, 올해는 점수 딸 방법이 없어 아이와 진로 자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지역에선 일부 학교의 선전이 이어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특히나 매년 줄어드는 지역 체육특기생을 위한 지역대학에 혜택을 주는 등 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운동 메카니즘이 비슷한 종목으로 전향하는 등 방법이 가능하지만, 지역에선 다른 지역 전학이라는 결정을 하지 않는 이상 운동선수를 유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교육청 체육예술건강과 김석중 장학관은 "이전부터 계속되던 체육특기생 감소가 이번 코로나로 인해 지역에선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최소한 지역 대학에서 엘리트 운동선수의 입학을 꺼리는 분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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