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기록프로젝트] 대전 메모리존 박제화된 기록 아닌 생명력 있는 흔적 담아야

손동유 아카이빙네트워크연구원장 "기록 미래지향적 삶의 태도"
기록원 설계단계부터 박물관·도서관과 협력 주체로 설정해야
민간기록 발전민주주의 수준 높여가는 과정의 일부기도
마을활동가 관과 대등한 수집가의 역할 주는 것이 관건

이해미 기자

이해미 기자

  • 승인 2020-10-04 15:14

신문게재 2020-10-05 5면

재개발과 재건축을 앞둔 동네와 마을의 기록을 남겨보자는 '메모리존' 조성 취지에 공감을 얻으며 [대전기록프로젝트]가 첫발을 뗐다. 중도일보는 이를 출발점 삼아 연중 시리즈로 [대전기록프로젝트]를 이어간다. 대전시의 재개발과 재건축, 도시재생 정책 방향, 기록이 시급한 주요 동네의 모습, 전문가 토론과 타 도시의 사례를 현장감 있게 살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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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기록원 홈페이지 화면 모습.
⑮대전기록원의 미래-전문가에게 듣다

"도시를 기록하는 건 지역마다 자신들의 색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도시를 기록할 때 개인의 삶의 소중함, 공동체의 중요성, 지역 자치와 분권 이런 것들이 다 연결돼 있다. 이는 단순히 감성적 차원의 기억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미래지향적인 삶의 태도를 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록전문가인 손동유(한남대 기록관리학과 겸임교수) 협동조합 아카이빙네트워크연구원장은 도시를 기록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손 원장은 공공과 민간영역을 넘나들며 도시와 시민 기록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본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기록도시로 출발선에 오른 대전의 모습을 진단하고 이상적인 기록문화가 선행·정착될 수 있도록 제언했다.

손 원장은 "아카이브 기록관은 문화기관이라는 인식을 정확히 해야 한다. 행정기관보다는 문화기관으로 공존·상생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이를 위해서는 쉽지 않겠지만 유관기관인 도서관·박물관과 설계 단계부터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이상적인 기록원은 공공기록과 시민기록 두 가지 형태를 균형 있게 다룰 수 있는 명확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아직도 기록원이라는 문화기관 등장이 낯설고, 박물관·도서관과 중복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준비 과정부터 기록전문가, 행정전문가, 박물관, 역사관, 도서관 등 준비 주체를 탄탄히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운영 주체 또한 전문가 그룹이 이끌어 갈 수 있어야만 시민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기관으로 정착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는 기록물을 쌓아두는 곳으로 기록원의 역할을 한정하지 말고 공공과 민간을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기록원에 시민 기록을 포함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거시적인 공적 문화기록'으로 압축했다.

손 원장은 "민간기록은 지금까지 역사 서술과 사회 운영 원리가 중앙 중심으로 권력 중심으로 흘러왔다. 이는 이성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실제 내 삶의 흔적이 묻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은 괴리감을 느낀다. 시민의 삶이 묻어있는 거시적인 공적 문화기록 다룰 때 시민들이 사회 운영 원리에 참여할 수 있고, 민주주의 수준을 높여내는 과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과 민간기록 복합적 표방은 움직이는 시민(마을)활동가를 양성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교육프로그램,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컨트롤타워, 자문단 역할을 기록원에서 담당할 때 민간기록 생성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전하기도 했다.

손 원장은 "미세한 관점의 차이나 관에서 기록원을 만들어 주민기록을 수집하기보다는 주민이 대등한 생산자의 위치에 서야 한다. 이는 민관이 함께 협력하는 구조가 되는 것인데, 이 형태를 지속해야만 기록문화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대전기록프로젝트와 메모리존에는 무엇을 채울 것인가, 지역의 가치는 무엇인가 생각하고 모아내는 과정을 거처야 한다. 이는 기획-수집-운영 등 아카이빙을 기반으로 박제화된 기록이 아닌 생명력 있는 흔적을 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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