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 "87년 6월15일 대전항쟁, 역사적 재조명 이뤄야"

정완숙 (주)디모스 대표 "6월 항쟁은 대중의 역사"
대행진 후 중앙로에 독재타도 함성 전국화 불씨
"다양한 민주주의, 그럼에도 불의에 저항 계속"

임병안 기자

임병안 기자

  • 승인 2021-05-05 12:31
  • 수정 2021-08-08 10:52

신문게재 2021-05-06 10면

정은숙 대표
정은숙 (사)디모스 대표
정완숙 (사)디모스 대표는 이번 기획에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망설이는 목소리가 휴대폰 수화기 너머 느껴졌다. 자신은 1987년 대전에서 전개된 민주항쟁에 노력했던 모든 시민 중 한 명이고, 민주화운동이 개인의 역사처럼 여겨질 것을 걱정한다고 했다. 정완숙 대표는 "대전과 충남에서 전개된 6월 항쟁은 직접 거리에 나선 이들뿐 아니라 대문을 열어주고, 김밥을 쥐여주고, 도서관에서 마음을 보내주던 모든 시민들이 함께 이룬 대중의 역사"라며 말문을 떼었다.

정 대표는 청양 청신여중 재학 시절 파견 형식으로 온 선생님에게서 '상록수' 노래를 배우고 1980년 광주에서 있었던 민주화운동을 알게 되었다. 광주에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신문 사설을 읽고 토론하는 교내 시사모임을 그때부터 꾸준히 가져왔다.

정 대표는 "사회학과를 선택해 1986년 대학에 진학했을 때 대학생이면 국가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직접 행동해야 한다는 의식이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 학생들에게 있었다"라며 "지하에 숨어서 활동하던 학생운동이 공개활동으로 전환되던 때이고 민주주의를 지키고 독재를 타도하는 목표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때 정국은 대통령 직선제를 위한 개헌 요구와 광주학살 진상규명, 군사정권의 학원안정법제정 저지 등 억압을 걷어내고 민주화를 이루려는 열망이 뜨거웠다.

정 대표는 "대전역 앞 중앙로에 수시로 진출해 독재타도와 호헌철폐를 외치며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드리며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했고, 6월 15일 대전지역 대규모 시위도 이러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1987년 6월 15일 충남대 학생 8000여 명이 유성캠퍼스에서 대전역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고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요구하는 민주화운동 세력이 대전 중앙로를 완전히 장악했다. 이로써 무력진압하는 경찰에 맞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지역사회의 열망을 표출했다.

정 대표는 "그날도 교내집회를 마치고 시내 중앙로까지 버스를 타고 진출하려던 것인데 워낙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집결해 이동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독재타도를 외치며 걸어가는 대행진이 되었다"라며 "거의 모든 대학 학생들과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억압했던 둑이 터지는 계기였고, 이날 대전에서의 직접행동은 민주화 역사에 재조명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화 중에 "지금 세대는 과거 민주화운동처럼 사회의식을 갖고 행동하기 어렵다"라는 기자의 말에 정 대표는 이렇게 반박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주의가 제도화되면서 노동과 시민운동이 활발해지고 다양한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더 다양한 방식의 민주화운동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가장 최근에는 촛불항쟁처럼 중요한 고비마다 국민들은 계속해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2021년05월06일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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