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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배 탔던 김영환과 노영민…‘고교·운동권 출신 선·후배 사이’

김영환 전 의원, 노영민 전 실장 정계에 입문 시켰나?
‘식지 않는 김영환 등판 논란’, 고향 일부주민 “진심으로 괴산군 아꼈나”

손도언 기자

손도언 기자

  • 승인 2022-04-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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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힘 김영환 전 국회의원<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으로써, 잃어버린 12년(민주당 도지사)을 찾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의 힘 엄태영·박덕흠·이종배 충북권 국회의원 3명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나 김영환 전 국회의원에게 '충북지사 경선 참여'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충북지사 예비후보 중에서 김 전 의원이 가장 경쟁률이 높아 충북지사 출마를 요청했다는 게 이들의 만남 배경이다. 무엇보다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또다시 '도지사 직'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결국 김 전 의원은 지난 22일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을 했다가 돌연, 충북도지사로 방향을 틀었다.

▲국민의 힘 김영환과 민주당 노영민은 '정치적 동지'



그렇다면, 충북권 3명의 의원들의 계획은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현재 민주당에선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3명 의원들의 계획대로 본선에서 김 전 의원이 국민의힘 도지사 후보로 나선다면 민주당 유력 주자인 노 전 실장과 맞붙을 확률은 높다.

이럴 경우 겉으로 볼 때, 여야 거물급 '도지사 후보'의 빅 매치로 비춰질 수 있지만 내면을 살펴 보면 '잃어버린 12년'이 아닌 '13년의 시작'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영환(67)' 전 의원, 그리고 민주당 '노영민(65) 전 실장'.

둘은 고교 선후배 사이다. 또 운동권 출신 선후배다.

청주고 46회인 김 전 의원은 노 전 실장을 정계에 입문시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 김 전 의원과 노 전 실장은 정치적 멘토 관계로 전해진다. 김 전 의원이 청주고 후배이면서 연세대 운동권 후배인 노 전 실장을 이끌었다는 게 정치권의 시선이다. 그래서 둘은 '정치적 동지'로 엮여 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교도소에 함께 수감 된, 이른바 '감방 동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둘은 '열린 우리당 (민주당 전신) 창단' 당시, 노선을 달리했다. 김 전 의원이 열우당에 합류하지 않고, 옛 민주당에 남으면서 둘은 갈라섰다.

둘의 정치 지역은 각각 경기도와 충북도다.

김 전 의원의 정치무대는 경기도 안산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 장관과 15·16·18·19대 국회의원(경기 안산)을 지냈다. 경기도에서 4선 의원을 지낸 뒤, 이번에 충북지사로 출마한 것이다. 노 전 실장은 충북 청주 흥덕에서 '3선 배지'를 달았다. 둘이 본선에서 맞붙는다면 정치적 동지들의 싸움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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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연합뉴스 제공>
▲수도권 규제 관련해서도 발목 잡힌 김영환, 충북도와 반대 노선 달렸나(?)

김 전 의원은 수도권 규제와 관련해서도 같은 당 예비후보에게 발목을 잡혔다.

국민의힘 박경국 충북지사 예비후보 측은 지난 3일 보도 자료를 통해 김 전 의원의 '친 수도권 행적'과 보수 정당에 반감을 드러낸 행동 등을 하나, 둘 따졌다.

박 예비후보 측은 먼저 "김 전 의원은 수도권 규제 반대를 주도한 인물"이라고 밝힌 뒤, 그를 '반 충북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보수 정당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 골수 진보 성향의 정치인"이라며 "국민의힘 소속 충북지사 출마는 '뜬금포' 같은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03년에는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김 전 의원은 수도권 규제 강화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수도권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충북도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충북 시민단체와 같은 당 예비후보, 제천시민 등의 김영환 충북지사 출마에 대한 반발은 지난달 29일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일부 괴산군민, "김영환, 괴산에 어떤 도움 줬나"

김 전 의원은 경기지사에서 충북지사 출마로 선회한 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했다.

그는 지난 4일 출마선언문에서 "청주에서 나고 괴산에서 자란 충북의 아들"이라며 '괴산 연고 론'과 괴산의 아들임을 강조했다.

같은 당 괴산지역 정치권 대부분은 그를 환영했지만, 괴산지역 일부 바닥 민심은 '김영환 충북지사 출마'를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수십년 간의 정치경력 중 충북이 아닌, 대부분 경기도에서 활동했지만 유불리에 따라 '괴산 사람'인 점을 부각한 점은 일부 괴산군민들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괴산의 한 군민은 "그가 정치 인생에서 언제부터 괴산을 사랑하고 아껴왔는가"라며 "정치인생에서 한번이라도 괴산을 생각해 본 적이 있냐"고 말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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