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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구의 유해도 낙오되지 않고 유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골령골 2022년 개토제

26일 산내 골령골서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유해발굴 개토제
유족회·선사문화연구원·대전 동구·행정안전부 등 관계자 참석
27일 시굴조사 돌입… 평화공원 조성 전 마지막 유해발굴로 예정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22-04-26 17:05

신문게재 2022-04-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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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이 26일 산내 골령골서 열린 개토제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임효인 기자
"유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한 구의 유해도 낙오되지 않고 꿈에도 소원인 유족의 품으로 돌아오시길 간절히 염원합니다."

2024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산내 평화공원(가칭 진실과 화해의 숲) 조성에 앞서 정부가 계획한 마지막 유해 발굴이 올해 진행되는 가운데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이 26일 열린 개토제에서 이 같은 마음을 밝혔다.

행정안전부와 대전 동구·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는 이날 오전 동구 낭월동 13번지 일원에서 유해발굴 개토제를 열고 발굴이 잘 이뤄져 희생자의 넋을 위로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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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토제에 참석한 주요 내빈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이번 발굴은 산내 평화공원 조성을 위해 도로와 건물 등 공사를 앞두고 땅 속에 묻힌 유해를 발굴하는 마지막 해 작업이다. 2020년 정부 주도 발굴이 재개돼 3년째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엔 40여일간 234구 발굴과 단추·탄두 등 576점을 발견한 데 이어 2021년엔 962구의 유해가 땅 위로 올라왔다. 유품은 1606점이 나왔다. 현재 이 유해들은 세종 추모의 집에 임시 안치됐다.

각종 문헌과 구술에 따르면 이곳엔 최대 7000명가량까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돼 이번 발굴에서 얼마 만큼의 유해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공사 중 유해를 발견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선 올해 모든 유해를 발굴하는 게 발굴단의 목표다.

과거부터 골령골 유해 발굴을 진행하고 있는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이날 경과보고와 함께 "2024년까지 공사를 완료해서 세종 추모의 집에 모셔 있는 유해를 모시기로 돼 있어서 올해가 아마 마지막 유해발굴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며 "아직도 1950년도 신문기사(외신)에 보면 100m짜리 도랑 2개, 30m와 60m가 각 1개, 200m 도랑에 많은 분들이 묻혀있다는 내용이 있다. 올해 전부 찾아서 시굴조사해서 유해를 발굴해야 하는데 시간적으로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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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개토제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에서 대전을 찾은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족들이 절을 하고 있다.
발굴을 맡는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은 "한 분 한 분 정성껏 발굴해 편안히 모실 수 있도록 우리 유해발굴단이 최선을 다하겠다"며 "희생된 분들이 70여 년간 억울함을 누르고 계셨던 이곳에서 모든 분들의 유해를 발굴해 앞으로는 편안한 환경에서 영원히 머물러 계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72년 전 낭월동에서의 아픈 기억을 앞으로 영원히 기억하고 교훈을 얻는 화해의 장으로 탈바꿈한다면 무고한 희생이자 아픈 기억의 장에서 교훈적이고 교육적인 장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발굴단은 27일 바로 시굴조사에 돌입해 유해가 있는지 살펴보고 발굴 영역을 넓히는 식으로 올해 연말까지 유해발굴을 진행한다.

임재근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집행위원장은 "올해도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계획은 있는데 시굴조사 범위가 넓어서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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