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술’의 시인 송은애 시인이 중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직접 찍은 백구 강아지 네 마리와 능소화, 딱새, 닭 두마리가 표지를 장식한 신간 <길마루길 64>를 건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시인은 “저희 가족이 길마루길에 정착한 것이 벌써 12년 되었는데 여러 사연과 에피소드가 무성하다”며 “그 중 동물들과의 소소한 이야기를 일탈의 의미로 엮었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특히 “시도 아니요, 산문도 아닌 생활 이야기로 일기 쓰듯 써 내려간 글들이 카페나 밴드에서 잠들고 있는 것 같아 사연들을 불러들여 엮었다”며 “우리 집에서 키우던 백구 이야기, 딱새 이야기, 삐약이 이야기를 전했는데 독자분들이 매우 재밌어하셔서 흐뭇하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에 대해 “나라에서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창작기금을 지원해줬는데 이 창작지원금을 어디다 쓸까 고민하다가 주머니에서 흐지부지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우리 동네에서 12년 동안 살면서 써왔던 일기와 밴드, 카페 글들을 3일간 밤샘해서 모았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집에서 키우던 백구와 딱새, 병아리 삐약이를 키우면서 영감과의 토닥토닥 에피소드들을 적다 보니 책장이 잘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코로나로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금새 읽히는 책으로 인기가 많다”고 소개했다. 송 시인은 또 “제가 밴드에 글을 올리면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의 글도 모아 책 뒷 표지에 소개했다”며 “7월7일 중구문화원에서 열린 대전문인협회 여름축제날 문인들 200여 분에게 나눠드렸는데, 인터넷으로도 책 주문 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특히 “제가 밴드에 삐약이 전성시대를 53편 썼는데 삐약이는 결국 생을 마감하고 하늘나라로 갔다”며 “그렇게 씩씩하고 용맹하게 나를 깐보며 난리치고 닭장 안을 지휘하더니 급사망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삐약이는 없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삐약이 원주인도 그동안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지만 지금도 그의 죽음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며 “대신 계룡산 입구에서 사람의 먹이가 되기 전 날 내게 온 수탉 한 마리가 일곱 마리의 암탉과 조용히 살면서 아침마다 따끈한 유정란을 선물해준다”고 말했다.
송 시인은 “백구도, 딱새도, 삐약이도 내 기억에서 멀어져갈 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순간이구나! 깨달으며 그때의 추억을 그려본다”고 말했다.
한편 송 시인은 군인 남편이 퇴직 후 한적한 곳 길마루길 64로 이사해 동물과 꽃과 친구삼아 시를 쓰며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 개인시집 8권과 2인 시집 3권을 출간했고, 산문집으로 <고택의 문을 열다>를 출간했다. 현재 꽃 시집 <밟혀도 피는 꽃 2>를 집필 중이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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