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임효인 기자 |
대전 대덕구의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인 강영도 대전경비관리지부 부지부장이 2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위와 힘겨운 여름을 보내는 경비노동자의 일터 현실을 전했다.
수년째 폭염에 노출된 경비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대전지역 상당수 아파트 경비실엔 에어컨이 없는 실정이다. 제대로 된 실태조사는커녕 40도가 육박하는 날씨에 고령의 노동자들의 건강 안전 수칙을 위한 매뉴얼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 아파트 경비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과 대전세종지역서비스노동조합 대전경비관리지부는 이날 오전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대전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 실태조사와 경비노동자 폭염 대비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장 발언자로 나선 강영도 지부장은 에어컨이 없어 힘든 경비노동자와 에어컨이 있어도 틀 수 없는 현실을 동시에 전했다. 강 지부장은 "경비실에 에어컨 있는 아파트는 관리사무소가 경비실 초소의 전기사용량을 체크한다"며 "경비실 전력량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현장 경비노동자들에게는 계량기 존재 자체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료 부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최근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노동자들이 사비로 설치한 에어컨의 전기료를 경비원에게 부과해 논란이 됐다. 4개 초소 전기료는 총 15만 2730원으로 세대별 부과했을 때 340원에 불과한 금액을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노동자들에게 부담하게 했다. 경비노동자 8명은 2만 원씩 돈을 모아 전기료를 납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유리 대전아파트경비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장은 "경비노동자들은 3개월 초단기 계약으로 불안정하고 무리한 인원 감축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어 한번 실직하면 다시 채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숨막히는 더위에도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고 스스로 얘기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것이 노동청과 대전시 등 공공영역이 나서서 실태조사도 하고 아파트 측과 함께 대책도 적극 마련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심 단장은 그러면서 "당장의 대책이 필요하다. 폭염 시간대 근무에 대한 매뉴얼을 아파트와 경비업체에 배포하고 근로감독을 진행해야 한다"며 "전체적인 실태조사를 하고 이에 기초해 경비실의 냉난방시설이 완비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