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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민선 8기 '인쇄출판산업단지 조성' 공약 지켜야

이유나 기자

이유나 기자

  • 승인 2022-09-12 11:00

신문게재 2022-09-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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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나 뉴스디지털부 기자
"전국 3대, 100년 역사 인쇄거리에서 성업 중인 인쇄인들이 생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는데 정치인들은 표 계산만 하고 듣는 척도 안 합니다. 심지어 정치후원금 안 내냐는 식으로 이야기할 정도예요."

인쇄산단추진조합장에게 취재를 위해 전화를 걸 때마다 그는 1시간 동안 하소연을 하곤 했다. 촉박한 마감 시간에 쫓기는 와중에 핸드폰이 뜨거워질 때까지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안타까운 속사정과 피를 토하는 듯한 목소리에 차마 말을 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쇄인들은 15년 전부터 인쇄출판산업단지를 요구했지만, 역대 시장들은 선거철 공약으로만 이용할 뿐이었다. 2014년 인쇄산단이 추진되는가 싶었지만, 국방과학클러스터 조성으로 무산됐다. 반면, 인쇄업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대구에선 지자체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이명박 전 대통령 공약 등에 포함돼 일찍이 산단이 조성되며 지역 인쇄인들은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대구 인쇄업계에서 대전시 공무원들과 대전인쇄조합에서 여러 번 대구 인쇄산단을 다녀갔다고 말할 정도다.

세종시에 이전된 국가기관과 대전청사, 연구단지로 1조 원대 물량이 형성됐지만, 이마저도 서울업체에 뺏기고 '그림의 떡'이 되며 속은 타들어 갔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엔 인쇄거리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급격한 땅값 상승과 종이·잉크 등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코로나19로 인한 인쇄 물량 감소 등 여러 악재까지 겹쳤다. 동구 삼성동·정동·중구에 터를 잡은 인쇄인들이 과거 동구청장이었던 이장우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인쇄산단이 조성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지역 인쇄업체는 영세하고 기계 또한 낡고 노후 해 지자체의 최소한 울타리는 필요한 현실이지만, 자생력 확보도 중요하다. 지자체도 인쇄업체들이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존의 저가경쟁에서 벗어나 성공한 업체 모방, 상생협력, 디자인·소재 혁신을 모색해야 하고 종이 인쇄에만 국한하지 않고 패키징 포장 인쇄, 실크 공판 인쇄, 반도체 칩 포장 등 시야를 넓히고 재투자도 필요하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디지털 인쇄'와 상품을 포장하는 '패키징 인쇄'는 팬데믹 상황에도 매출이 성장했다.

인쇄업 또한, ESG경영과 RE100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대기업은 RE100에 가입된 업체와 거래하는 추세이며 공기업도 친환경 인쇄가 실용화되고 있다. R&D는 큰 기계나 거창한 연구에만 있지 않다. 지역 인쇄인들은 이미 수십 년의 경력을 쌓은 장인들이다. 지금 당장 수익이 나오지 않더라도 신재생에너지와 콩기름, 종이스프링 같은 환경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 잉크, 안료, 용지를 도입하고 사소한 공정이라도 화학처리를 적게 하면서도 품질을 유지·개선할 방안 등을 연구해 부가가치를 높여 서울 업체에 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춰야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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