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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이슈현장] "작정하고 속이는 집주인, 세입자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고통의 나날
"당한 사람이 잘못이란 시선 힘들어"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 승인 2023-06-07 17:45

신문게재 2023-06-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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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선화동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세 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다세대주택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김지윤 기자)
"당한 피해자가 잘못이라는 비난이 많아졌죠. 어느 순간 '아, 정말 내가 바보인가?' 생각도 들면서 없이 우울해져요. 조명 없는 어둠 속을 걷는 기분입니다."

대전 중구 선화동에 사는 김아인(25)씨는 인생 첫 전셋집에서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를 당했다. 월세에 부담을 느끼던 찰나에 알게 된 대전시 '청년 주택임차보증금 이자지원사업'에서 5500만 원을 대출받아 체결한 전세계약이 문제였다. 지난해 6월 안정된 생활을 시작하면서 김 씨는 '요리사가 되겠다'라는 꿈도 생겼다. 그녀는 다니던 직장을 나와 두 번째 대학에 진학해 요리사를 향해 다가가는 나날을 보내던 중 '임의 경매 통지서'를 받은 때부터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 씨는 "그때부터 제가 전세 사기 피해자가 된 것을 알게 됐고, 20대 어린 나이에 큰 빚부터 생겼다는 사실에 몇 날 며칠을 방안에서 울기만 했다"라고 회상했다.



돌이켜봐도, 그녀의 잘못은 없었다. 전세 사기 위험이 적고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오래된 빌라를 선택했고, 계약 당시 집주인의 등본, 선순위 보증내역서를 모두 확인했다. 그러나 종이 서류로는 작정하고 그녀를 속인 집주인의 진실을 확인하긴 불가능했다.

김 씨는 "그냥 일을 그만두지 말걸. 아니 전세를 구하지 말걸, 그냥 이 집을 오지 말 걸 모든 게 다 내 잘못 같다"라며 "대출금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하니 새벽 4시까지 알바를 하고 낮에는 학교에 간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지친다"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집주인의 계획적인 사기에 피해자들을 그 사실을 알 길이 없다.

이재호(38·대덕구)씨는 그들의 사기 행각에 속았다는 생각에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2020년 대전으로 발령받아 전세를 구하던 당시,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건물을 골라 준공 때 서류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임대인 모두 "당신이 준공 직후 첫 계약자이고 선순위가 없다"라고 설명했고, 제시한 서류에서도 선순위 보증금액은 없었다. 이 씨는 건물에 대한 근저당, 집주인의 체납 여부도 살펴봤다. 확인한 서류엔 문제 될 부분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모든 노력은 헛수고였다.

이 씨는 "집주인이 준 선순위 보증내역서는 허위였고, 미리 계약한 사람이 이미 많았다"라며 "등본으론 세금이 얼마나 체납됐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에서 저희처럼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피해를 겪는 중인데 개인 세입자가 이런 사실을 어떻게 확인하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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