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군 홍동면 지역화폐 '잎' 가맹점 지도. 사진=이동근 홍성지역화폐거래소 '잎' 운영위원 제공. |
② [국내 사례 방문기] 소도시 지키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 지역화폐 '잎'
매년 발표되는 기준금리에 경제가 들썩인다. 금융소비자들은 이자를 많이 주는 적금을, 이자를 적게 내는 대출을 알아본다. 지역경제 또한 중앙은행시스템에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지역 소비자가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일정 부분의 수수료는 카드사가 있는 중앙에 납부된다. 현재 금융시스템에서 지역은 자연적으로 중앙에 종속되는 구조다.
지역 화폐는 이러한 중앙집권적 금융시스템에 작은 균열을 일으킨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화폐는 지자체에서 발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이 아닌 지역민이 주도해서 만든 지역화폐다. 지역화폐는 지역 공동체에서 나눈 '신용'을 바탕으로 발급된다. 0%이자 혹은 기부를 위한 마이너스 이자로 발급된다. 그런데도 꾸준히 이용하는 회원들이 있다. 지역화폐로 생계를 유지할 순 없지만, 나누고 도울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화폐를 매개로 지역민들을 이어주는 지역화폐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충남 홍성군 홍동면은 귀농·귀촌의 메카다. 홍성지역화폐거래소 잎의 운영위원인 이동근씨도 서울에서 홍성지역으로 이주해 현재는 홍동면 주민자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은 인구 3500여 명의 농촌 마을로, 1990년대 후반부터 귀농·귀촌 인구가 유입됐다. 환경과 생태 가치에 관심 있는 젊은 외지인이 터를 잡고 50여 개의 마을 조직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작은 농촌마을 홍동면엔 없는 게 없다. 홍동면 지역 주민들은 힘을 모아 의료기관, 어린이집, 학교, 만화방, 술집 등을 만들었다. 지역 할머니들이 지역 농산물로 반찬을 만드는 '할머니장터조합', 지역 농민에게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경제협동체 '도토리회',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술집 '동네마실방 뜰',마을주민과 의료인이 운영하는 '홍성우리마을의료생협' 등이 있다. 대부분 홍동면 지역 주민들이 만든 지역화폐 '잎'의 가맹점이다.
홍동면 마을 안내판. 사진=이유나기자. |
홍동면 지역화폐 '잎' 환전소 모습. 사진=이유나기자. |
홍동면 풀무신협에서 법정화폐 1만 원과 교환한 홍동면 지역화폐 1만 잎. 사진=이유나기자. |
홍동면은 기업 간 결제에 지역 화폐를 이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홍성군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이 지역화폐를 매개로 상호금융거래망 체계를 갖추면 물류 이동비와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 같은 유통망을 구축한 외국 지역화폐엔 스위스의 비어(WIR), 이탈리아의 사덱스(Sardex)가 있다.
올해부터는 부여군의 도움으로 부여군 지역사랑상품권의 시스템을 일부 빌려 카드, 모바일 등 전자화폐도 사용하게 됐다. 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달리, 지역화폐에 대한 홍성군의 관심은 적다. 이동근 홍성지역화페거래소 잎 운영위원은 "민간 지역화폐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지자체장 의지가 중요하다"며 "홍성군 경제과 공무원들이 자주 바뀌고 지역화폐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이유나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