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루이와 제임스딘을 만난다

⑩레드와인을 만드는 포도품종(2)

박한표 교수

박한표 교수

  • 승인 2007-04-12 00:00

신문게재 2007-04-13 9면

귀족적인 맛 지닌 기품있는 ‘선비’

삐노 누아르
(Pinot Noir)

까베르네 쏘비뇽보다는 부드럽고 메를로보다는 탄닌 맛이 강한 삐노 누아르는 선비처럼 고고하고, 귀족적이다. ‘레드와인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삐노 누아르는 재배하기가 무척 까다롭다고 한다. 그러나 이 품종은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잘 자란다. 프랑스 부르고뉴 레드와인이 100% 삐노 누아르 포도로 만들어지며 매우 비싼 와인으로 팔린다.

그러나 이 지방의 레드와인은 삐노 누아르 단일품종으로 만들어 복잡 미묘하기 때문에, 와인 초보자들은 조금 이해하기 힘든 맛일 수 있다.

와인 애호가가 되면 결국 삐노 누아르의 부르고뉴 와인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면 ‘로마네 꽁띠’는 이 포도품종으로 만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의 하나이다. 미국이나 칠레 등 신세계에서도 재배하고 있지만, 조생종으로 기후변화에 민감하고 재배가 까다로운 편이라서 아직은 고급와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신비스러울 정도로 부르고뉴의 토질과 기후 속에서 삐노 누아르는 최적의 환경을 느낀다. 아직까지도 프랑스의 부르고뉴지방을 벗어나서는 그만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해 내지 못하고 있다.

비교적 선선한 기후를 선호하며, 수확량을 잘 조절해 주어야 향과 질이 농축되어 세련되고 복합적인 향과 맛을 겸비한 최고의 부르고뉴 와인이 된다.

그러나 최근에 미국의 오레곤, 워싱턴 지역이 이 포도품종의 명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 지역이 위도 상 프랑스의 부르고뉴와 같고, 기후나 토양도 부르고뉴 지방과 너무 흡사하다고 한다.

이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딸기 향, 체리 향과 같은 붉은 과일 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부엽토, 버섯 같은 흙냄새를 풍긴다. 색깔은 여린 붉은 빛깔 또는 밝은 체리 빛깔이다. 맛은 탄닌이 적은편이고 담백한 맛 그리고 약간의 산도를 보인다.


거친 맛이 부담없는 ‘터프가이’

시라 (Syrah),
쉬라즈 (Shiraz)

이 포도품종은 학창 시절 터프가이 친구 같은 와인을 만들어 낸다.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의 처음 맛은 다소 거칠지만 곧 입에 달라붙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검은 빛을 띨 정도로 색깔이 진하고, 맛과 향 또한 강하고 진하며 탄닌이 풍부한 맛과 특히 후추와 같은 매콤하고, 가죽 냄새가 나기도 하는 등 무척 야생적인 맛을 가진 와인이 나온다. 알코올 도수가 높다.

요즈음 한국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 포도품종 와인이 점점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 스파시한 맛(후추 냄새)때문에, 우리가 흔히 먹는 일상의 음식들, 특히 맵고 짠 한국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린다.

이 포도품종은 프랑스의 꼬뜨 뒤 론느의 북부 지방(에르미따쥐(Hermitage), 꼬뜨 로띠, 코르나스(Cornas), 꽁드리외(Condrieu) 와인이 유명하다)에서 많이 생산되며, 호주에서는 쉬라즈(Shiraz)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호주 레드와인의 대표 품종이 되었고 좀 더 과일향이 풍부한 편이다.

호주의 쉬라즈는 이 나라 레드와인의 기본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의 와인을 이 포도품종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짙고 검붉은 색을 띠며 탄닌이 풍부하다. 그리고 향은 제비꽃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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