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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배꼽 복강경 수술' 최고 권위자

4. 성모병원 외과 이상철 교수

김민영 기자

김민영 기자

  • 승인 2010-03-24 14:00

신문게재 2010-03-25 11면

대단한 발명은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다.

무모하다고 생각했던 시도 끝에 나온 결과는 인류의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

성모병원 외과 이상철 교수의 세계 최초 '배꼽을 통한 흉터없는 단일공 복강경 수술법'도 바로 이런 발상의 전환에서 나왔다.

▲ 인기와 금전 보다는 환자를 위한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대전성모병원 이성철 항문외과전문의가 환자의 대장을 검사하고 있다./김상구 기자
▲ 인기와 금전 보다는 환자를 위한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대전성모병원 이성철 항문외과전문의가 환자의 대장을 검사하고 있다./김상구 기자
이 교수는 환자의 배 모습을 찍은 사진을 내밀었다. 과연 어떤 환자의 배 일 것 같느냐는 것이 그의 질문이다.

단 1㎝의 흉터도 없는 배를 보고 어떤 환자의 모습을 상상하겠는가?

정답은 바로 수술을 마친 대장암 환자의 배였다. 장을 무려 50㎝나 절제했다는 이 환자의 배 모습은 놀랍기까지 했다.

배꼽은 엄마와 아기의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생명줄이다.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배꼽은 그 기능을 다해 버린 퇴행 기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철 교수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이 배꼽을 주목했다. 배꼽에 1.5㎝ 정도로 절개한 구멍을 통해 복강경 대장암 수술을 시행한 것. 그렇다면 잘라낸 장 적출물은 어디로 나올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 바로 항문이다. 잘라낸 장이 항문을 통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삽입관도 이 교수가 직접 개발해 만들었다.

이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마친 대장암 수술 환자의 배꼽 흉터는 며칠이 지나면 아물게 되고 외관상으로 대수술의 흉터는 전혀 남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대장암 환자 수술의 경우 한뼘 가량인 25㎝의 큰 흉터가 남았었다.

전 세계 학계가 주목한 그의 시도는 가톨릭의과대학에서 수련의 시절을 보내며 만난 오승택 교수의 영향이 크다. 인생의 은인이면서 스승인 오 교수는 그의 시도를 든든하게 지원해줬다.


초창기 외과에 복강경 수술이 나왔을 때 찬반 논란도 많았다. 하지만 복벽 손상을 최소화해 수술 후 통증과 후유증이 적은 복강경 수술은 환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고, 현재는 외과수술 대부분이 복강경 수술을 하고있는 추세다.

기존 복강경 수술은 각종 기구 삽입을 위해 3~6개의 구멍을 뚫는다. 하지만 이마저도 만족스럽지 않았던 이 교수는 한 개의 구멍만 뚫고 이를 통한 수술을 시도했다. 이 한 개의 구멍도 배꼽을 통해 외관상 상처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

배꼽을 통한 단일공 복강경 수술은 최고 난이도 수술로 손꼽힌다. 지금껏 복강경 수술로 충수염(맹장염) 등 일부 양성질환만 부분적으로 시행해왔으며, 암종에 대한 수술 보고는 전무한 상황이다. 수술방법은 물론 결과도 만족스럽다.

지난해 3월말 첫 시도이후 지금까지 1년동안 대전성모병원에서만 66명의 대장암 환자와 123명의 충수염 환자가 시술을 받아 환자 만족도와 결과면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대장암 수술의 권위자로 이름을 알리는 스타의사가 되기까지 그를 노력하는 의사로 만든 계기는 따로 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대전에 부임했을 때다.

많은 환자들이 지방의 작은 병원을 믿지 못하고 서울로 상경 진료 하겠다며 소견서를 부탁해왔다. 하루 중 상당수 일과가 소견서를 쓰는 일이었다.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이대로 시골의사로 전락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됐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현재는 전국에서 환자들이 수소문해 몰리도록 상경진료 물줄기를 되돌린 명의가 됐다.

이 교수는 대장항문 전공을 하면서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회고한다.

대변이 가득 차 있는 대장 수술을 하다보면 손에 냄새가 배는 것은 당연지사. 초년병 시절에는 향수도 뿌리고 손도 여러차례 씻으며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심지어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사람을 만날때 혹시 냄새가 나지 않을까 위축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단일공 복강경 수술에 있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 교수는 “외과의사는 수술방에서 승부해야한다. 수술 이후에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신기술을 누구보다 빨리 받아들이고 사고의 전환을 통해서 새로운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야 뒤처지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잠깐의 여유시간만 있으면 머릿속으로 5번의 수술도 한다는 이 교수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프로였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이상철 교수는 누구??
▲충남대의과대학 졸업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원 석사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외과 전문의 ▲대한외과학회 평생회원, 대한대장항문학회 평생회원, 대한 내시경복강경학회 평생회원 ▲ASCRS(미국 대장항문학회) 정회원, SAGES(미국 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정회원, ELSA(아시아 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평생회원, FICS(Fellow of International College of Surgeons)정회원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임상강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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