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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콩댐 - 우리 고유의 방수기술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장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장

  • 승인 2010-08-31 14:01

신문게재 2010-09-01 21면

콩댐! 어 콩으로 만든 댐인가? 그게 뭐지? 지금은 여러 가지 석유화합물로 만든 방수물질들이 많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등. 이러한 신물질들이 개발되기 전에 우리 선조들은 생활 속의 천연물질을 활용해 방수기술을 개발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콩댐하는 일이었다. 콩댐은 콩을 으깬 뒤 들기름을 섞어 바르는 것이다. 주변에 가장 흔해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콩기름을 활용한 것이다. 들기름이나 참기름은 귀한 편이어서 적당량을 섞어 썼다. 특히 참기름은 귀해서 제사용으로 썼기 때문에 방수작용이 가장 뛰어난 기름이었지만 쓸 수 없었다. 모든 기름은 물을 머금지 않기 때문에 물에 젖지 않게 하거나 물을 차단하는데 썼다.

특히 우리 닥종이에 콩댐을 하면 닥종이의 속성상 기름을 잘 머금어 방수작용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닥섬유가 질기기 때문에 가죽처럼 단단하고 질기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 선조들은 닥종이에 콩댐을 해서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만들어 썼다.

요즈음 비닐장판이나 원목장판 등이 유행하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닥종이로 장판을 하고 그 위에 황토흙물을 바른 뒤 닦아 낸 다음 콩댐을 하면 노르스름한 색을 띠면서 반질반질하고 질겨서 오래도록 쓸 수 있었으며, 세월의 때가 먹을수록 운치 또한 그만이었다.

콩댐은 이러한 장판지에만 쓰인 것이 아니었다. 콩댐을 한 닥종이로 만든 지금의 우산뻘쯤 되는 것이 지유산이었고 예전 병졸들이 진을 칠 때 쓰던 유둔지도 있었다. 이 뿐이랴 콩댐을 한 닥종이로 온실을 만들어서 겨울에 야채를 길러 먹기도 했다.

이처럼 비닐이나 플라스틱의 영향으로 이제 우리 기억의 한 편린으로 자리하고 있는 닥종이와 콩댐으로 작은방 하나쯤 장판을 하여 옛 추억과 그윽한 아취를 즐겨보면 어떨까?/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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