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콩댐하는 일이었다. 콩댐은 콩을 으깬 뒤 들기름을 섞어 바르는 것이다. 주변에 가장 흔해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콩기름을 활용한 것이다. 들기름이나 참기름은 귀한 편이어서 적당량을 섞어 썼다. 특히 참기름은 귀해서 제사용으로 썼기 때문에 방수작용이 가장 뛰어난 기름이었지만 쓸 수 없었다. 모든 기름은 물을 머금지 않기 때문에 물에 젖지 않게 하거나 물을 차단하는데 썼다.
요즈음 비닐장판이나 원목장판 등이 유행하고 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닥종이로 장판을 하고 그 위에 황토흙물을 바른 뒤 닦아 낸 다음 콩댐을 하면 노르스름한 색을 띠면서 반질반질하고 질겨서 오래도록 쓸 수 있었으며, 세월의 때가 먹을수록 운치 또한 그만이었다.
콩댐은 이러한 장판지에만 쓰인 것이 아니었다. 콩댐을 한 닥종이로 만든 지금의 우산뻘쯤 되는 것이 지유산이었고 예전 병졸들이 진을 칠 때 쓰던 유둔지도 있었다. 이 뿐이랴 콩댐을 한 닥종이로 온실을 만들어서 겨울에 야채를 길러 먹기도 했다.
이처럼 비닐이나 플라스틱의 영향으로 이제 우리 기억의 한 편린으로 자리하고 있는 닥종이와 콩댐으로 작은방 하나쯤 장판을 하여 옛 추억과 그윽한 아취를 즐겨보면 어떨까?/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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