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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민학]<562>인사위원회

김학용 논설위원

김학용 논설위원

  • 승인 2010-10-27 18:14

신문게재 2010-10-28 20면



대전시인사위의 ‘이상한 운영’
제 역할 못하는 대전시의장
염시장 “보복 없다”는 빈말?

▲ 김학용 논설위원
▲ 김학용 논설위원
지방자치단체마다 인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큰 권한은 없으나 공정한 인사와 인사권자의 전횡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최소한의 장치다. 그런데 대전시는 이런 취지를 더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시도(市道)의 인사위원회는 7~9명의 위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 그 중 1명은 지방의회가 추천하게 돼 있다. 그동안 대전시의회도 인사위원을 ‘제대로’ 추천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의회가 3년 전 추천했던 사람의 임기가 끝나면서 생긴 일이다.

시의회는 당초 그 인사를 재추천하려 했다. 인사위원은 큰 벼슬은 아니다. 인사위원회가 열릴 때 약간의 참석 수당을 받는 것이 전부다. 따라서 하자가 없으면 재위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 대전시 인사위원 가운데도 민선3기 염홍철 시장 시절 위촉된 뒤 후임 박 시장이 거듭 신임, 재위촉된 사람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이상태 시의장의 추천은 벽에 부닥쳤다. 시의회 추천 몫을 시가 사용하겠다고 나선 때문이었다.

시와 시의회의 줄다리기 끝에 이 의장이 지고 말았다. 시의장은 시장이 고른 사람에 대해 자신의 추천 도장을 찍어 되돌려주는 하나마나한 일을 해야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시의회가 재추천하려던 인사가 전임 박성효 시장 때 들어온 사람이라는 게 문제였다. 염 시장은 그를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제거하고 싶었고,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

이번에 시의장 추천 몫을 포함 2명의 위원이 바뀌었는데 모두 '염맨'으로 채워졌다. 시의장의 패배였는지, 양보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경우라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의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의회의 인사위원 추천은 시 공무원 수천 명에 대한 인사권을 시장이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최소한의 참여 수단이다. 의회로선 빼앗겨서도, 양보해서도 안 될 권한이요 책무다. 시의회는 그 권한을 포기한 것이다. 그제 이상민 의원이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지방의회가 이런 꼴이면 법이 만들어진다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시도 인사위원회는 위원장을 맡는 행정부시장을 비롯, 해당 자치단체 국장급 간부 4명과 외부인사 5명 등 9명으로 이뤄진다. 외부 위원에 포함되는 시의장 추천 몫 1명을 제외하곤 전부 시장이 뽑는다. 구성 멤버만 봐도 위원회의 역할 한계를 짐작할 수 있다. 인사위원회는 인사권자의 뜻을 거스르기 힘들다. 이는 시의회 추천 몫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공무원 승진이나 징계 등 중요 사항에는 인사위원들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인사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되면 인사권자의 엉터리 인사를 어느 정도 감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 한두 명만 위원으로 들어가도 인사권자는 신경이 쓰일 것이다. 시의장 추천 인사는 시장이 고르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다. 시장의 인사권 행사에 가장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시장 사람으로 추천한 것은 시의장의 직무유기다.

대전시의 ‘이상한 인사위원회 운영’은 또 있다. 그동안 위원을 9명으로 구성해왔지만 염시장으로 바뀐 뒤 위원수를 8명으로 줄여 운영하고 있다. 부시장과 특정 3개국의 국장을 당연직으로 하여 인사위원에 위촉하는 게 관행이었으나 염 시장이 들어 온 뒤 그 중 한 명이 위촉을 받지 못했다. 전에는 없던 일이다. 여성 인사위원은 이미 3명이나 된다. 따라서 여성국장 몫으로 남겨두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위촉에서 배제된 국장이 한때 '전임시장 사람'으로 분류된 간부라는 점이 그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다.

염시장은 취임식에서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면서, 공무원들에겐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것”이라며 관용의 정치를 했던 링컨까지 인용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보복은 없다”는 말도 했다. 인사위원회 운영만 놓고 보면 모두 빈말로 보인다. 부하 공무원을 소외시키고, 시의장의 권한을 빼앗으면서까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정치보복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선 성공하는 시장이 되기 어렵다. /김학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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