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섭]유럽 동화속 마을 찾아서…

스위스 하이디마을·셰익스피어 컴퍼니 등 소개 옛 추억 떠올리며 부부가 함께 떠난 '책방 여행'

김홍섭 (주)뉴비전로봇 연구원·백북스 회원

김홍섭 (주)뉴비전로봇 연구원·백북스 회원

  • 승인 2012-02-15 14:20

신문게재 2012-02-16 12면

[백북스와 함께 읽는 책]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백창화·김병록 저

▲ 김홍섭 (주)뉴비전로봇 연구원·백북스 회원
▲ 김홍섭 (주)뉴비전로봇 연구원·백북스 회원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들은 우리를 과거로 인도한다. 그것은 꼭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 책을 읽었을 때 우리가 어디에 있었고 우리는 누구였는가를 둘러싼 기억들 때문이다. 책 한권을 기억한다는 것은 곧 그 책을 읽은 어린아이를 기억하는 것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내용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푸시킨'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러시아 국민들은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푸시킨을 읽으며, 대부분의 초등학생들도 푸시킨의 시를 암송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우리에게는 저런 아름다운 독서 교육이 있는가? 책 읽는 전통과 책 읽는 교육이 살아 있는가?'를 고민하고 그 그리움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유럽에는 동화 한 편으로 인해 마을 전체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며 사는 마을도 있다.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의 무대인 하이디 마을이 그렇다. 작가 요한나 슈피리가 1880년에 묘사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알프스의 이 작은 마을은 단순히 동화의 배경일 뿐인데도 관광객들은 어렸을 적 추억을 떠올리며 마을을 방문하고, 행복한 기억을 담아간다.

영국으로 건너가 보면 '헤이온와이 책 마을' 이 있다. 이 마을은 깊은 산골에 자리 잡고 있지만, 연간 100만 권의 책이 팔리고 있으며, 일 년이면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는 원조 책 마을이다. 리처드 부스가 사들여 거대한 책의 성으로 꾸며놓은 헤이성을 중심으로 30여 개의 책방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넘친다. 책방이 워낙 많으니 다들 똑같은 책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곳은 정원가꾸기와 명상서적을 전문으로 다루기도 하고, 어떤 곳은 사진과 예술서적만을 다루기도 하는 등 각 책방마다 전문성을 유지하고 있다.

▲ 백창화·김병록 저
▲ 백창화·김병록 저
저자들은 금기된 지식과 사상을 다루는 책들을 목숨 걸고 팔러 다녀야 했던 산골마을 책장수들의 고향인 이탈리아 몬테레지오 책 마을, 프랑스 앙비에를 책 마을, 프랑스 몽톨리외 책 마을 등 역사와 형태는 다르지만 다양한 종류의 책 마을을 찾아간다. 농촌마을 살리기의 일환으로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여 만들어진 책 마을도 있고, 뜻있는 개인들이 나서서 만들어진 책 마을도 있다.

갈 곳 없는 작가, 꿈을 키우는 무명인들에게 기꺼이 침대와 먹거리를 내주면서, 파리를 찾는 모든 문학인과 예술사들의 문화살롱으로 정점을 구가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등 유서 깊은 유럽의 서점들에 관한 내용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스마트폰이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길거리에서 그리고 카페에서 책 읽는 풍경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건 비단 일부 사람들만은 아닐 것이다. 예전에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물론 카페에서도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책 대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 게임이나 동영상, 음악을 감상하거나 대화를 위한 메신저 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스마트폰의 보급과 IT 기술의 발달은 분명 우리에게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내면을 채우고 보다 합리적이고 올바른 가치 판단이 존재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독서가 필요하고, 독서로 이끌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나 책 마을 등의 건립이 필요하지 않을까? 유럽의 한 수도원 내 도서관 입구에 적어 놓은 '영혼을 치유하는 요양소'라는 문구의 의미, 그리고 서점과 도서관을 지키기 위한 유럽국가들의 노력의 의미를 우리도 한 번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김홍섭 (주)뉴비전로봇 연구원·백북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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