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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IT이야기] 슈퍼컴퓨터 마하(MAHA)

"유전체 분석으로 암을 미리 잡는다” 토종 컴퓨터 국제무대서 활약… 2020년께 상용화 건강검진에도 활용

정길호 ETRI 홍보팀장

정길호 ETRI 홍보팀장

  • 승인 2014-08-28 14:56

신문게재 2014-08-29 11면

▲ ETRI 홍보팀장
▲ ETRI 홍보팀장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피 한 방울로 암을 미리 예측하는 것이다.

연간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7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시퀀서라는 장치에 혈액을 넣어 사람마다 다른 DNA 조각들을 대량으로 얻는다. DNA는 당과 인산 그리고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A, G, C, T 둥 4가지 염기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 염기들은 무려 30억 쌍으로 이루어져 일정한 순서로 배열되며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을 결정한다. 이 염기서열을 슈퍼컴을 이용해 분석하면 빠른 시간 내에 그 사람만의 특이한 염기쌍 구별이 가능하게 되어 암질환이나 유전적 희귀병을 알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기술력이다. 어떻게 프로그래밍을 해서 특이한 염기쌍을 구별할 수 있는 기간을 줄이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슈퍼컴은 외국산제품에 비해 30%나 시간을 단축한다.

이후에는 사람마다 특이체질을 나타내는 DNA를 추출하여 특이한 암세포 조합 또는 유전병과 비교가 가능해진다.

또 나의 염기쌍은 암에 걸렸을 때 어떤 약이 잘 맞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다. 일일이 사람의 몸을 대상으로 이 약을 처방해 써보고 저 약을 써보는 등 힘든 실험 과정이 없어지는 것이다. 1년에 항암제 시장이 80조원에 이르는데, 항암제가 자신에게 맞는지 테스트해보는 비용만 60조원이라고 한다.

이렇게 내 유전자와 항암제를 비교해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등 자세한 분석에는 엄청난 파워의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 IT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데이터 분석량이 앞으로 30년은 더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일거리 창출도 쉽게 이뤄질 것이다.

연구진은 오는 2020년께 본 기술이 본격 상용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유전체 분석시장에선 인간 유전체 해독 비용이 지난해 5천달러에서 올해 1000달러로 떨어져 1000달러 유전체 게놈시대를 열었다.

조만간 건강검진에도 도입이 된다면, 검진보고서에는 맨 마지막장에 슈퍼컴퓨터가 분석한 나의 건강예측이라는 이름의 보고서가 붙을 듯하다.

슈퍼컴은 그동안 얼마나 저장능력이 있느냐의 CPU 메모리 성능에 함몰되어 왔다. 세계 100대 슈퍼컴이란 순위를 매기며 말이다. 하지만 실제 따지고 보면 이는 단지 레고블럭처럼 메모리 장치를 사다가 붙이면 커지는 것. 따라서 이러한 저장장치 능력이 아닌 스토리지(Storage)나 네트워크 성능도 함께 봐야 한다. 이분야가 원천기술이기 때문이다.

ETRI는 일찍이 스토리지 능력에 방점을 두고 시스템 프로그래밍에 노력해 왔다. 이에 따라 전국민이 활용하는 대용량 저장장치인 '웹하드'와 같은 기술도 나왔다. 바로 연구원의 스토리지 파일시스템 위에서 실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연구진은 세계적인 '국제암유전체컨소시엄'에 데이터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의 토종 슈퍼컴퓨터인 마하(MAHA)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ETRI가 개발한 슈퍼컴 '마하' 는 105테라플롭스(TFlops)급이다. 초당 10의 12제곱(1조)의 계산이 가능하며, 개인용 PC(2GHz) 500대 규모다. 스토리지는 1.5페타(Peta, 1500테라바이트로 500기가 메모리 2000개 분량임), 코어(Core)수는 3만 6000개다.

유전체분석서비스를 기반으로 암이나 질병 예측, 맞춤형 약물 적합성 판정 등의 맞춤형 의료서비스 실현이 눈앞에 와 있다.

정길호 ETRI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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