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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보다 무서운 이자…똑똑하게 구제 받자

대부업계 음지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음성화'… 작년기준 2년새 2200곳 줄어 정부 대책은, 수도권·민원업체 8월까지 단속… 개인 회생·햇살론 등 홍보 강화

이상문 기자

이상문 기자

  • 승인 2015-04-26 13:16

신문게재 2015-04-27 10면

●금감원, 불법 사금융 척결대책 발표

#상인 A씨는 동료상인이 통장을 안 가져 왔다며 A씨 통장으로 돈을 대신 받아 줄 것을 요청받고 몇 차례 돈을 출금해줬다. 몇 달 후 동료상인이 잠적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사채업자들이 찾아와 A씨 통장으로 입금된 돈 전부와 이자까지 갚으라고 협박한 것이다. 결국 A씨는 사채업자들의 독촉이 무서워 사채를 이용해 원금과 이자가 얼마인지도 모른 채 갚으라는 대로 갚고 말았다.

불법 사금융에 서민들의 피해가 여전해 금융당국이 보호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불법 사금융에 활용된 계좌는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불법 사금융 척결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수도권과 민원 다발 대부업체 100여 곳도 특별 점검한다. 금감원은 불법 사금융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피해 서민에 대한 구제노력에도 힘쓸 계획이다.

금감원의 불법 사금융 대책을 살펴보고 그 실효성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불법 사금융 여전, 갈수록 음성화=금융당국은 2012년 이후 불법 사금융에 따른 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왔다. 2012년 4~5월과 2013년 9~10월에는 불법 사금융 일제신고기간을 운영했고, 2009년 1월에는 불법중개수수료 반환제도를 도입하는 등 불법 사금융 척결에 힘써왔다. 이에 불법 사금융 피해 상담·신고가 2012년 1만8237건에서 2014년 1만1334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아직도 연간 1만여 건이 넘는 피해 상담·신고가 접수되는 등 서민들의 피해는 여전한 실정이다. 최근 단속강화와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불법 사금융이 더욱 음성화되고 새로운 유형의 유사수신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대부업 등록을 반납하고 음성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대부업 등록업체 수는 2012년 말 1만895개에서 2014년 말 8694개로 2201개나 줄었다.

또 주식투자나 파생상품 거래 등을 통해 원리금 보장을 약속하거나 고수익 부동산 등을 미끼로 자금을 모집하는 형태가 증가했다. 유사수신관련 수사기관 통보건수는 2012년 65건에서 2014년 115건으로 40건 늘었다. 불법 사금융은 서민 가계의 파탄은 물론 탈세나 자금세탁 등의 통로로 활용되는 만금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

▲금감원 불법 사금융 척결 대책 발표=금감원은 불법 사금융 행위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피해를 당한 서민에 대한 구제노력도 병행할 방침이다. 먼저 불법 사금융 행위에 대한 사회적 감시망을 강화한다. 불법 사금융 행위가 더욱 음성화되고 있어 공권력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민의 적극적인 감시와 제보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확대 개편될 '민생침해 5대 금융악 시민감시단'은 물론 전국의 소비자단체 등과 연대한다. 금감원 본원과 지방사무소별로 해당 지역 경찰서, 지자체, 소비자단체 등과 협의체를 가동한다. 아울러 유사수신은 30만~100만원, 불법 사금융은 10만~50만원 등 신고포상제를 적극적으로 운용해 시민제보 활성화 유도한다.

수도권과 민원다발 대부업체에 대한 특별점검도 실시한다. 지속적인 홍보와 단속에도 대부업법상 법정이자율 34.9%를 위반하는 불법 고금리 수취 사례가 여전하다. 주소를 수시로 이전하는 등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피해 사실상 무등록 대부업자와 유사하게 음성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자체와 합동으로 대부업체의 불법·불건전 영업 행위에 대한 '수도권 합동점검' 및 '민원다발 대부업체 특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와 합동으로 불법 사금융 및 대부업체 점검을 실시한다.

또 전국의 대부업체 가운데 민원이 많은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7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다. 점검과정에서 폭행·협박 등을 통한 불법적인 채권추심, 고금리 수취 등 서민생활 침해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 즉시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고객의 신용도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고금리를 적용하는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고객의 신용도에 따른 대부금리 차등적용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금리를 인하토록 유도할 계획이다.

최근 저금리 기조에서 호텔 등 부동산 투자를 미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하거나, 불법적 FX마진거래 등을 이유로 투자금을 모집 후 도주하는 불법 유사수신 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투자설명회 등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는 유사수신업체 등을 대상으로 암행감찰을 시행해 위법 발생시 즉각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앞으로 시민감시단, 소비자단체, 금융협회, 지자체 등과 협조해 불법 대부광고 전화번호를 신속히 수집하고, 즉시 이용정지 조치를 요청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예방한다. 불법 사금융·개인정보 불법유통 신고센터에서 신고 접수 시 피해 사실 등을 보다 구체적·체계적으로 수집해 수사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다.

고금리대부 피해자에 대해 대부금융협회와 연계해 법정최고이자율을 초과한 이자반환 등 채무조정을 지원하며, 채무자의 자격요건을 고려해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제도, 자산관리공사의 바꿔드림론 등도 적극적으로 안내한다. 채무상환이 사실상 어려운 채무자에 대해서는 개인회생·파산 절차 등을 안내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소송을 활용토록 지원한다.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본인 스스로 적합한 대출상품을 찾을 수 있는 한국이지론(www.egloan.co.kr)도 적극 안내한다.

▲단속보다 제도마련 절실=금융당국이 불법 사금융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정책과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불법 사금융 척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금융 수요자들을 위한 제도적 방안없이 단순 감시·감독으로 불법 사금융의 피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불법 사금융 시장 규모나 업자들의 소재 파악이 제대로 돼 있지 않고 있다.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을 활용해 단속이 쉽지 않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 업자들은 자신을 숨기고 영업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감시와 단속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수사가 피해자들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린다는 점도 문제다. 사금융 이용자의 개인회생이나 파산절차를 돕겠다는 방침도 의문이다. 사금융 수요를 대체할 금융상품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은 불법 사금융 이용자의 채무조정을 돕겠다며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상품 홍보를 강화한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대안으로는 미흡하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대다수 서민은 제2금융권 대출과 카드론 등으로 돌려막다 연체에 빠진 경우로 이미 제도권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 정부가 장려하는 서민금융상품의 경우 대부분 3개월 이내 30일 이상의 연체기록이 없어야 신청할 수 있어 대상이 되지 않는다. 사금융 이용자의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안내하겠다는 방침도 논란이다. 이자는 물론 원금의 최대 90%까지 탕감해주다 보니 불법 사금융 피해자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대출자들도 빚을 갚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11만707건에 달했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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