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교육
  • 미래 핵심역량의 시대

[미래 핵심역량의 시대]읽고 이해하고 나눠요, 우리의 꿈

이승규 기자

이승규 기자

  • 승인 2015-05-06 13:39

신문게재 2015-05-07 9면

●중도일보-충남교육청 공동캠페인 [이제는 미래 핵심역량의 시대] - 충남외국어고의 인문소양 교육

▲ 독서토론 수업에 참가한 한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 독서토론 수업에 참가한 한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실 학문의 기본은 인문학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선 인문학이 어느 순간 천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상당히 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인문학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아마도 미래 사회에 살아갈 핵심역량으로 인문학적 소양은 절대적이란 사실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문학적 소양은 창의성과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인문학 부활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중등학교 교육과정 속에서 인문적 가치를 구현하자는 인문소양교육을 추진해왔다. 이에 본지는 미래핵심역량의 시대에 걸맞은 인문학 부활의 신호탄으로 충남도내 일선 학교에서 진행중인 인문소양 교육의 현주소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충남외국어고등학교(학교장 이현덕·이하 충남외고)는 2008년 개교해 짧은 역사임에도 속은 탐스런 알맹이로 가득하다. 도내 외국어 영재교육기관으로 더 이름을 날리는 충남외고는 충남지역 인문소양교육 선도학교이기도 하다.
학생마다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활동으로 일찌감치 명문학교로 자리매김한 충남외고의 인문소양은 자기 자신을 찾는데서 시작한다.
“인문학이란 자기 자신을 찾으려는 학문적 노력의 총칭일 것입니다. 자기를 찾으려면 우선 자신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언제 솔직한 자신을 만날까요? 우리는 학생들이 자라오면서 겪은 상처와 그것을 극복하려고 시도했던 노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만나는 그대로 받아들인 후에야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고, 또 우리가 그것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현덕 교장의 명쾌한 설명에 이어 그러도록 학교는 학생들에게 독서와 대화를 강조했다.
다름아닌 독서는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경험이고, 그것을 서로 드러내며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받거나 받은 상처에 대해 어느 정도 치유 효과가 있다는 교육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표준화된 지식·정답 대신 '대화하는 독서토론'

충남외고는 지난해부터 독서토론 수업을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이 사회자로 나서 발언권을 얻어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공유한다.

“배움은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자신과 비슷하지만 다른 경험과 생각을 잘 듣는 데서부터 생각의 확장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수업 전에 책을 읽은 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친구의 발표를 듣기 때문에 저렇게 진지할 수 있는 것이지요.”

▲ 교사협의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 교사협의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이현덕<사진> 교장은 학생들의 토론을 지켜보면서 인문소양교육이 왜 필요한가를 설명했다. 하지만 독서토론 수업에 담당 교사는 학생들에게 거의 전권을 주다시피 한다.

“제가 발언을 하면 할수록 학생들은 제게 의존적이 되더군요. 아무래도 교사의 발언은 학생들에게 권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권위'를 경청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이렇게 열심히 내 말을 듣고 있다는 느낌은 학생들의 진지한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으니까요.”

철학과목을 담당하는 조준연 교사의 한 마디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조준연 교사는 이런 수업을 기획하게 된데 대해 “정답만을 중시하는 것은 미래를 만들어 갈 학생들에게 위험한 요구”라며 “이런 맥락에서 표준화된 지식의 전달은 접고 개개인의 해석에 기반을 두는 수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업의도처럼 학생반응도 뜨겁다. 3학년 조연수 학생은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제껏 내 생각과 가치관들이 매우 얕았다는 것이었고, 내가 말을 잘 못한다는 것이었다. 수업 초반에 내가 발표했던 내용을 회상하면 정말 부끄러워서 몸을 가만히 못 놔두겠다. 내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싶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존재를 분명히 찾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토론을 계속했다”고 토론수업을 평가했다.

정유정 학생(3학년)은 “수업을 통해 서로 가치관,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이전에는 주변 사람들, 환경, 이야기들에 대해 친구들과 말했다면 요즘에는 자신이 어떤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과 같은 나에 대한 고찰을 더 하게 된다”며 토론수업의 영향을 소개했다.

▲책읽기가 나를 바꾼다… “꿈, 삶에 대해 더 생각해요”

충남외고는 독서와 대화를 수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이른바 수업공간과 숙제공간을 바꿔서 진행하는 수업방식인 '거꾸로 수업'과 친구끼리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하브루타 수업' 등 수업혁신에 대한 교사 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교사·학생이 함께 읽는 인문독서캠프, 진로 탐색을 위한 독서캠프는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독서모임을 이끄는 김민경 교사는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문화·정치·경제적인 이데올로기에 관한 이해가 이뤄지고, 또 상처의 구조적인 원인도 알 수 있지 않을까”고민하면서 “(책읽기는)우리가 만들어 나갈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새로운 세상을 말하다… 다문화 가정위한 동화책 편집

충남외고는 표준화된 지식관에서 벗어나고자 독서수업을 기획하고, 교사독서모임<사진>을 바탕으로 학생 인문독서모임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그리고 수업혁신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배움의 도전 속에 있으면서 자신의 상처를 대변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본 학생들은 어떻게 자신을 만들어 갈까.

그것은 '새로운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2년 전 수능을 마친 학생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만들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는데 지금은 재학생과 교사들의 고민이 더해져 <다문화 가정을 위한 이중언어 동화책 만들기>, <이중언어 교육 동영상 만들기> 등으로 확대됐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충남외고는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바로 다문화 가정을 위한 이중언어 동화책 만들기다. 현재 <공벌레>, <토랑이>, <시끌벅적 물감마을 대소동>, <꽃모자 구출작전>, <하늘 가득 소망이> 등 5종의 창작 동화를 영어, 중국어, 일본어(2), 베트남어, 독일어로 번역해 편집을 마치고 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 이중언어 교육 동영상 만들기 모습.
▲ 이중언어 교육 동영상 만들기 모습.
창작에서 번역, 삽화까지 학생들의 손을 거쳐 완성했고, 완성도를 높이려고 컨테스트 방식으로 제작했다. 창작과정에 참여한 강수정 학생(3학년)은 “창작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첨삭과 평가를 듣고 나서 줄거리를 수정해나갈 때, 모순되는 지점이 없도록 꼼꼼히 검사했고,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주제가 은근히 드러나도록 해야 했다. 그러려고 꽤 많은 시간을 내어 함께 모여 얘기를 나눴다”며 “이 경험은 고등학교 생활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의미 있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다문화 프로젝트인 이중언어 교육 동영상 만들기도 완성도를 높여 이미 한국에 정착했거나, 이주를 생각하고 있는 다양한 민족과 국가에 도움을 주도록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충남외고는 이처럼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공통의 문제란 점에 무게를 두고 해결방안을 모색중에 있다. 그리하여 현재 유네스코 네트워크 학교에 가입을 신청한 상태다.

내포=이승규 기자 es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