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사이언스리뷰

[사이언스리뷰] 중국의 전통의학 표준화, 우리도 적극 나서야

문진석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표준센터 팀장

문진석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표준센터 팀장

  • 승인 2016-01-07 13:52

신문게재 2016-01-08 23면

▲ 문진석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표준센터 팀장
▲ 문진석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표준센터 팀장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춘추전국시대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길이·부피·무게 단위인 도량형을 통일하는 제도를 만들어 공표하면서 지역마다 제각각이었던 기준을 통일했다. 이를 통해 진시황은 국가 정책이나 건축, 기타 산업 활동의 뿌리를 탄탄히 만들면서 국가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기준을 지칭하는 말로 표준이라는 용어가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우리는 외국에 나가서도 국내에서 쓰던 모바일 기기를 로밍 등의 서비스를 통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국제 공용 주파수 대역을 설정하여 국가간 서로 통일된 기준을 사용하기로 약속하고 따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규격과 기준에 대한 약속이라고 할 수 있는 표준은 이제 산업화와 세계화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즉, 표준을 주도하는 국가는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차지하고 시장을 리드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세계 교역량의 80% 이상이 직ㆍ간접적으로 표준화된 재화라는 것이나 선진국과 거대 다국적 기업이 표준 주도권 경쟁에 사활을 거는 것, 그리고 국제 산업계의 표준 선점 경쟁이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비유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전통의학 분야에도 국제표준화기구(ISO) 전통의학 분야 기술위원회인 TC249(Technical Committee 249)를 통해 회원국들의 표준화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ISO TC294에서 각 회원국은 자국의 전통의약 제품 및 서비스의 국제 표준화를 통해 주도권을 확보하고 무역 장벽을 없애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각국의 전통의약 전문가들이 세계보건기구(WHO) 및 ISO 등 국제기구의 표준화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자국의 전통의약 관련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15년 11월 ISO TC249 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협력한 결과 뜸과 한방의료기관용 약탕기의 국제 표준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약재, 한약제품, 침·의료기기, 용어·의료 정보 등 다양한 국제 표준안이 개발되고 있다.

세계전통의학 분야에서도 중국의 기세가 거세다. 국제 표준 제정에 있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국은 '중의약 표준화 중장기 발전규획 강요'(2011~2020년) 및 '중의약 사업발전 12.5 규획' 등의 관련 정책을 통하여 국가 주도로 대규모의 중의약 국제표준화 활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ISO TC249에서도 의장국을 맡고 있으며, 각 회원국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 표준 제정을 논의하는 자리인 ISO TC249 총회에도 제일 큰 규모의 실무단을 파견하며 국제 표준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표준센터를 중심으로 산·학·연·관 전문가 위원회 운영을 통해 표준개발협력기관으로서 한의학 분야 표준화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일회용 멸균호침을 시작으로 2010년 이침과 피내침, 2011년 뜸에 대한 우리나라 국가 표준인 KS(한국산업표준)가 제정됐다. KS 표준이 제정되면서 한의학 서비스, 제품 등의 수준이 한층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첨단 융복합 기술을 바탕으로 ISO TC249에서 의료기기 분야의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일본 및 인도 등의 협력국과 공조체제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우리나라도 표준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2015-2024 한의약 표준화 전략 로드맵' 수립, 한약·용어·의료정보 등의 표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중국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는 앞으로 세계전통의학 분야에서도 국제 표준안을 제안하고, 제정된 국제 표준을 국가 표준으로 채택하며 정부 부처의 기술규정에 국제표준을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한의학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품질 향상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한의학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의학의 국제 표준화를 통한 세계시장 진출 확대를 기대해 본다.

문진석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기술표준센터 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