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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살롱]사랑하던 순간, 하이라이트를 그리다

[백영주의 명화살롱]피카소 '독서하는 여인'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 승인 2016-04-30 08:14
7명의 여자 중 한명 마리 테레즈 17세때 피카소 만나
피카소 사망 후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
생의 가장 싱그러운 시기에 예술가의 뮤즈로 10여년
모든 찬란함과 아름다움을 작품에 모두 쏟아부은 셈


▲ <독서하는 여인>, 피카소, 1932
▲ <독서하는 여인>, 피카소, 1932

‘미술의 이해’ ‘서양 미술사’ 등 으레 대학의 수강신청 목록에서 볼 수 있는 미술 교양강좌의 필수요소는 바로 ‘피카소와 그의 여자들’이다. 피카소가 일생 동안 만나고 헤어진 7명의 여자들은 각자 그 개성이 뚜렷해 피카소의 작품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 이야기와 함께 미술사조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만큼 쉽고 재미있는 학습도 없는지라 피카소 강의에는 7명의 여자가 꼭 언급되곤 한다.

마리 테레즈는 1927년 당시 17세일 때 44세의 피카소를 만났다. 한눈에 그녀에게 반한 피카소는 마리 테레즈의 어머니에게 초상화를 그려주는 등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기도 했다. 모델 제의로 시작된 첫 만남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한 둘 사이엔 딸 마야가 태어났다. 피카소가 1936년에 도라 마르를 만나면서 위기를 맞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1943년 프랑소와즈 질로가 등장하면서 완전히 파국을 맞았다.

초기의 뭉크와 로트렉의 영향을 받은 피카소는 곧 원시미술과 세잔, 루소, 그리고 과거 대가들의 미술에 영향을 받았다. 브라크와 입체주의를 발전시킨 이후 그는 현대미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자리 잡았고 셀 수 없이 많은 창조적 경향들의 출발점이 되었다.

피카소의 입체주의 작품은 아이가 그린 것처럼 순수하고 직관적으로 보이면서도, 여러 각도에서 동시에 본 모습을 평면으로 옮겨오는 등 어린아이가 생각할 수 없는 복잡하고 진보적인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마리 테레즈와 열렬한 사랑을 불태우던 1932년, 그녀를 모델로 한 <독서하는 여인>에서 피카소는 입체파 양식으로 그녀를 향한 사랑을 드러냈다. 한 면에 다른 각도의 요소들을 넣는 등 입체주의 개념이 반영되어 있는 이 그림은 대담하고 밝은 색채와 조화로운 곡선이 시선을 사로잡으며 약간의 에로티시즘도 깔려 있다.

하트 모양의 얼굴은 2개의 초상, 즉 마리 테레즈의 얼굴과 옆에서 키스하는 피카소로도 해석할 수 있다. 피카소는 1931년부터 1932년까지 작업실에서 마리 테레즈의 초상화를 연작으로 그렸는데, 연작 속의 마리 테레즈는 사과를 떠올리게 하는 동그란 모양의 가슴 등 관능적인 곡선과 서정적인 원형으로 묘사되었다.

▲ <꿈>, 피카소,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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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피카소, 1932

<꿈> 역시 이 시기에 마리 테레즈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잠꾸러기에 인형과 사탕을 좋아하는 활발한 소녀였던 마리 테레즈의 성격이 그림의 밝은 색채와 곡선에 반영되었다.

1973년 피카소가 사망한 후 마리 테레즈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1977년 목을 매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버림받았음에도 40년 가까이 잊지 못하던 남자의 뒤를 따르기까지 한 것은 인생의 가장 싱그러운 시기를 함께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대 최고로 불리던 예술가의 뮤즈로 10여 년을 살고 나니 그 이후의 삶이 마냥 단조롭기만 했던 것일까, 피카소의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인생의 모든 찬란함과 아름다움을 그 시기의 작품에 모두 쏟은 모양이 되고 말았다.

/백영주 갤러리 '봄'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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