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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수업도 사교육에 의존하는 대학가

오희룡 기자

오희룡 기자

  • 승인 2016-07-12 18:27

신문게재 2016-07-12 8면

전공 수업 인터넷 강의 선택 아닌 필수

교차 지원 늘고 쉬운 수능도 원인


#1.“교수님이 외국 유명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따신 분이라고 하는데, 수업은 도무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전공수업이라 무시할 수도 없어 인터넷 강의를 신청했어요.”

대전지역 공대에 재학중인 김민준(20)씨는 방학을 맞아 인터넷에 개설된 대학 기초 수학과 대학 미적분을 신청했다.

전공 수업 대부분이 수학을 바탕으로 진행되지만 도무지 진도를 따라 잡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2. 올해로 정교수 4년차인 박 모 교수는 공학전공 강의때마다 도무지 강의를 듣지 않는 학생들로 번번이 자괴감에 빠진다.

박 교수는 “수업을 진행하면 멀뚱멀뚱한 눈으로 쳐다보거나 아예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학생들이 태반”이라며 “어느 수준에 맞춰 강의를 해야 하는건지 난감하다”고 밝혔다.

수학과 과학 등 기초가 제대로 다져지지 않아 전공과목의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동영상 전공인터넷강의가 대학생들 사이에 성행하고 있다.

12일 대전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교에 입학한 대학생들 상당수가 전공과목 수업에 부담을 느끼면서 사설입시업체들이 마련한 인터넷 강의를 통해 전공 수업을 듣고 있다.

이들 인터넷 강의는 대학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공과목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을 지불해가며 전공과목의 보충 강의를 듣는 일종의 사교육이다.

현재 3~4곳의 사이트에서 이 같은 전공 강의가 진행중이다.

이들 강의는 대부분 대학 수학, 미적분, 대학 회계, 일반 화학, 통계학 등 자연계열과 상경계열 과목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서는 인문학, 예술학과 같은 강의도 속속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대학생들이 전공강의마저도 인터넷강의 등을 통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의 일환으로 한동안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면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떨어진 것이 이유로 풀이된다. .

여기에 대학들이 교차 지원 허용을 늘리면서 자연 계열로 진학한 인문계열 학생들이 많아진데다 중, 고교부터 학원이나 과외, 인터넷 강의 등 사교육에 익숙해진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대학 교수들의 바뀌지 않는 강의 방법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이 연구 실적이나 봉사활동, 학생들의 강의 평가서를 중심으로 교수들을 평가하고 있는데다 교수들을 상대로 한 교수법 강의들도 의무 사항이 아닌 권장 사항이기 때문이다.

지역대 관계자는 “하위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 교육을 대학마다 실시하고 있는데다 교수들을 상대로 한 교수법 강의 등도 꾸준히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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