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최양희 “기초과학 투자, 한국인 노벨상 만들 것”

출연기관 모인 대덕특구, 세계적 연구 클러스터 기대 노벨상 기반될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 위해 내년 R&D 예산 40% 확대계획

최소망 기자

최소망 기자

  • 승인 2016-11-01 11:52

신문게재 2016-11-02 11면

[중도초대석] 최양희 미래부 장관, 중도일보 전국판 발행·노벨 과학상 캠페인 관련 단독 인터뷰

“긴 호흡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있을 때, 국내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배출될 것이다.”

2016년 노벨과학상 수상자 명단에 '대한민국'은 없어 많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과학계에선 머지 않은 미래에 첫 한국인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낙관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61)은 1일 중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과학자가 안정적으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 확대와 연구자 친화적 제도를 정립해 나가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도 보다 긴 안목으로 과학자들에 대한 관심과 성원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 장관이 지방에 본사를 둔 언론사와 와이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장관은 지난 2014년 7월 장관으로 임명돼, 약 2년 4개월이 넘도록 국가 과학기술·ICT 분야가 끊임없이 혁신하고자 힘을 쏟고 있다. 최 장관에게 미래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향방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 주>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몸담은 적이 있는 만큼 대덕특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메카로도 불리는 대덕특구의 중요성과 앞으로 발전방안은 무엇인가.

▲대덕특구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지금과 같이 도약하는데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최고의 과학기술 인재와 인프라를 통해 원자력기술 자립, 기계·소재 국산화, 화학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해옴은 물론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ICT 기술을 선도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대덕특구에는 다수 출연기관이 있다. 출연기관의 중요한 고유임무 중 하나가 원천기술개발이다. 과거에는 기관들이 각자 역할에만 충실히 해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젠 연구기관들이 벽을 허물고 융합을 통해 국가적·사회적으로 필요한 원천기술개발 진행하는 '개방형 연구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등 대덕특구의 연구 분위기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앞으로 대덕특구에는 세계적 유수 과학자들이 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적 클러스터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노벨과학상 발표가 막을 내렸다. 아직 국내에선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국내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가.

▲노벨상은 독창적인 학문분야를 개척해 후대에 많은 영향을 준 우수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이 상을 받으려면 긴 호흡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연구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된 것은 20여 년밖에 안 됐다. 기초연구 성과가 축적된 시간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일본은 19세기 후반부터 기초과학을 육성해 200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과학자가 안정적으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 확대와 연구자 친화적 제도를 정립하고 있다. 내년까지 정부 R&D(연구개발) 예산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 여러분도 보다 긴 안목을 갖고 과학자들에 대한 관심과 성원을 해주시길 바란다.

-노벨과학상 수상에 중요한 것은 젊은 과학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라는 의견도 많다. 국내에서는 어떤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가.

▲신진연구자가 기초연구분야에서 초기에 정착하고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기초연구사업 내 신진연구자에 대한 연구비와 연구기간을 확대했다. 또 임용 후 3년 이내 전임교원 약 100명에게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의 연구환경구축비를 추가 지급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연구비 수혜 경험이 없는 만 39세 이하 전임교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연간 3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생애 첫 연구비' 제도를 설립해 처음 연구를 시작하는 연구자에게 기본적인 연구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출연연과 대학 등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환경을 개선하고자 정부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는가.

▲일선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연구 몰입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출연연이 수행하는 R&D 과제는 기관 고유임무와 연계해 예산 규모를 대형화하고 정부의 정책지정과제를 늘려가면서, 안정적 예산확보와 연구원의 연구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대학도 자율과 창의에 바탕을 둔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최장 10년까지 안정적으로 지원해 연구기간과 연간 연구비를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 제도를 마련해 추진 중이다. 또 '연구자 중심의 연구지원 강화'를 위해 자유공모형(Bottom-Up) 기초연구 지원 확대와 과제 기획의 개방성 강화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현장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연구행정 부담도 완화할 방침이다.

각종 연구서식을 간소화하고 부처마다 다른 규정을 통일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연구현장에서는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임금피크제, 비정규직 대책과 같은 공공기관 정책이 획일적으로 출연기관에 적용되면서 연구현장에서 애로 사항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공공기관 혁신은 주로 공기업이나 사업담당기관의 경영 합리화, 운영 투명성 제고를 통해 대국민 서비스를 잘하기 위한 취지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연구개발·학술활동을 수행해 수월성과 자율성이 중요한 출연연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에 국회에서도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하기 위한 법안 개정을 추진 중이며, 미래부도 출연연이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중도일보가 11월 1일자부터 전국판을 발행했다.

▲올해 중도일보의 창간 65주년과 전국지로의 새로운 도약한다는 소식에 따뜻한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지난 65년간 중도일보는 대전·충청지역의 다양한 소식을 신속하게 알리는 지역대표 종합일간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과학도시 대전에 기반을 둔 언론사답게 과학기술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온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 시대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 양질의 콘텐츠와 한발 앞선 정보력으로 과학기술인뿐 아니라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론지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최양희 장관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전자공학 학사·카이스트(KAIST) 전자공학 석사·국립정보통신대(ENST) 전산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전기통신연구소(ETRI) 연구원·정보통신표준연구센터 센터장,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기술자문단 위원, 포스코ICT 사외이사, 지식경제부 전략기획단 위원, 제2기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초대 이사장 등을 지내고 지난 2014년 7월 미래창조과학부 2대 장관에 임명됐다. 유연한 리더십으로 미래부와 과학계를 이끌어 오고 있는 외유내강형의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강원도 강릉 출신이지만 1977~1979년, 1984~1991년까지 한국전자통신연구소에서 근무한 적이 있어 대덕특구와 대전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최 장관의 설명이다.


대담=오주영 편집부국장

정리=최소망 기자 somangchoi@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 기사 모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