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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약속은 지킬 수 있을 때 아름답다

정영애 선문대 교수

정영애 선문대 교수

  • 승인 2016-11-29 11:07

신문게재 2016-11-30 23면

▲ 정영애 선문대 교수
▲ 정영애 선문대 교수
속된 말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는 말이 있다. 지금 현재 이 나라를 떠나려고 준비를 시작한 사람들, 떠나려고 준바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내 가까이 있는 학생들 중에서도 이 나라에는 희망이 없으니 일찌감치 해외 취업을 준비하여 나가려 한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학생들에게 이 나라를 떠나면 같잖은 꼴은 보지 않겠으나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마음은 어떠하겠느냐는 교과서적인 얘기와 함께, 지금의 상황 때문이라면 힘을 내어 본인들이 원하는 제대로 된 나라로 고쳐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는 나의 생각을 전하곤 한다. 싱그럽게 피어나는 한창때의 나이에 자신의 조국을 떠날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준 것 같아 기성세대로서 마음이 무겁다.

최근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일련의 사건사고들을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니 연일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내용들은 지도자의 잘못과 더불어 그동안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지도자의 하야와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현 상황에서 하야나 탄핵은 가장 단순하고 쉬운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지도자의 직을 내려놓으며, 주변의 몇몇 사람에 대한 가지치기로 끝낼 사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에게는 그에 맞는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상적으로는 공사를 구별할 줄 알며, 사보다는 공을 중시하는 정의로운 지도자, 지도자를 제대로 보필하는 지도자 수반,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정직한 국민들, 사실을 사실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언론, 우리사회의 질서와 정의를 위해 소임을 다하는 검찰과 경찰, 민의를 살피는 국회의원, 올바른 경영 마인드로 회사를 경영하는 기업가와 직원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실을 들여다보니 너무나 절망적이다. 대의보다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는 지도자가 그랬고, 권력의 무게 중심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따라 카멜레온 같이 색을 바꾸는 검찰이 그랬고, 권력에 철저히 아부하며 거금을 상납하고 시중을 드는 재벌들이 그랬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말도 되지 않는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어쩌면 지도자 한사람의 문제가 아닌, 철저한 권력 중심의 끊길 수 없는 연결고리가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우리 사회의 그동안 체계화되어왔던 고질적인 권력 및 정경 유착 관계의 문제들을 원천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주기적으로 반복될 것이다.

이런 암담한 상황에서 너무나 다행스러운 것은 언론으로서의 소임을 다한 소수의 언론사와 그것이 불씨가 되어 정의를 다시 세우려고 끊임없이 행동하는 국민들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하다. 국민들은 특별하고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국민들이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약속을 지켜온 것을 타산지석 삼아 지도자도 국민들과의 약속을 가벼이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 적어도 지도자의 신분으로 본인의 생각과 의지가 담긴 대국민 담화문을 읽어 내린 것이라면 반드시 그 글 안의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이제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국민들은 더욱 지혜롭고 정의롭게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정당한 절차를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곧 역사이다. 우리의 작은 생각과 행동이 곧 후대에게 기억될 역사의 한순간 한순간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작은 약속부터 정의롭게 실천해 나가길 바란다.

정영애 선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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