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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행령 손질 예정인 청탁금지법

  • 승인 2017-01-18 15:59

신문게재 2017-01-19 23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의 '3(식사)·5(선물)·10(경조사비)'가액한도에 대한 시행령 개정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가액한도 규정 중 식사비를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조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얼마안돼 국민권익위와 국무조정실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같은 혼선은 최근 일련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국민권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 관계부처 실무담당자들이 첫 회의를 열어 청탁금지법 조정에 착수했다. 엊그제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청탁금지법으로 농축수산 농가 등의 어려움이 크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시행령 개정을 서두르기로 의견을 모았다. 연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이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1월 음식점·주점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3.3% 감소하고, 화훼 거래량도 20% 넘게 줄었다고 한다. 외식업 운영자의 63.5%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법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지시하고, 성영훈 권익위원장이 '3·5·10' 가액한도 규정을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설 명절 이전에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입법예고와 법제심사, 규제심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설·추석 등 명절 기간이나 농·축·수산물 등 특정 업종에 대해 법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성영훈 권익위원장의 말대로 법적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시행령을 손질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농축수산 농가와 화훼, 외식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줄 작정이라면 시행령 개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식사비 한도만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린다고 해서 외식업체 매출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청렴사회를 위한 법의 좋은 취지를 살리면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차제에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등 모호성을 가진 법조항에 대한 문제점도 논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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