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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새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

조강희

조강희

  • 승인 2017-03-28 16:18

신문게재 2017-03-29 22면

▲ 조강희,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조강희,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오는 5월 9일 19대 대통령선거일이 결정됐다.

하지만,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이후 자천타천 차기 대통령감으로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었기에 마음속으로, 그리고 정책적으로 준비는 충분히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의사로서, 의학회의 단체장으로서 대통령과 그 외 각 정당 및 유력 대선 예비후보의 보건의료 정책이나 대선 정책자료집을 찾아보았으나 아직은 찾을 수가 없다.

아무리 급하게 선거가 치러지고, 당내 예비선거 중이라고 해도, 1-2장 정도의 선거공약 포스터나 언론 인터뷰, 아니면 선거토론회에서 언급한 기사 외 공식적인 자료를 찾을 수가 없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 중 필자가 관심 있는 보건의료정책을 찾아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것과 홍보 포스터 자료 등을 정리해 보았다. 방역체계 등을 위한 공공의료 강화,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해소, 국가적인 치매 관리, 어린이 재활병원 신설 등 유아나 아동 의료 및 복지 강화,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 비급여 억제, 본인부담 상한제 등이다.

이런 공약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우선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을 설명 드린다. 2013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2세에 도달하여 OECD 평균보다 1살 더 높은 수준이며, 65세 이상 인구의 기대수명도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한, 인구대비 병상 수, 병원숫자, CT 및 MRI 등 고가 장비도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이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보건의료정책의 성과에 비해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비중은 GDP의 7.1%(2014년 기준)로 OECD 평균 8.9%에 비해 낮은 편이며, 이는 미국의 16.6%와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고, 우리나라 보건복지 정책의 주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의 11.4%에 비해서도 매우 작은 수치이다.

국민의료비에서 공공부문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다음으로 낮은 비중을 보이고 있고, 민간의료비가 43.5%를 차지하고 있다. 보건의료 접근성에 장벽이 생긴 국가로 우리나라를 OECD가 선정할 정도로 본인부담 의료비 비율이 높아서 35% 이상이며, 이는 가구 총소득 중 비율로는 세계 1위이다.

이런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제도는 정부와 사회가 투자하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하며, 이는 매우 경영효율적인 민간의료기관, 세계 최고 수준의 본인의료비 부담과 무한정 노동을 제공하는 전공의 희생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훌륭한 의료제도를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잘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선거 때만 되면 모든 후보들께서는 더 좋은 제도를 만들어 내라는 요구를 받는다.

따라서, 대통령께 새로 보건의료정책을 만드신다면 다음과 같이 건의한다.

우선은 정부와 우리 사회의 보건의료에 대한 투자를 최소한 OECD 수준으로는 올려야 하고, 이만큼 국민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우선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새로 만들려는 치매, 노인, 감염, 아동 의료부분의 많은 공공의료기관도 매우 경영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모든 국민의 본인 부담금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늘어난 부담을 국민이 이해할 것으로 사료되기 때문이다.

또 의료비를 줄일 수 있고, 만족도가 높은 복합 만성질환자에 대한 사전예측, 예방, 질환 관리, 급성기 치료, 재활까지의 연속 통합적 의료서비스를 실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제일 큰 당면 문제 중 하나인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보건의료분야의 대통령 정책에 따라 실제 일할 사람들인 공무원 기를 살려야 한다.

또 이전에 추진했던 중요정책을 소외하지 말고 특별히 하자가 없는 정책은 일관성 있게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힘들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의사와 한의사 제도를 일원화해서 보건의료정책 수립과 집행에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잡음을 없애야 한다.



조강희, 대한재활의학회 이사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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