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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의 대선 관전포인트]마지막 승부, 대선후보 TV토론

오주영 기자

오주영 기자

  • 승인 2017-04-19 13:27

신문게재 2017-04-20 3면


현대 선거의 꽃이라는 TV토론이 막을 올렸다. TV토론은 20세기 후반부터 어느 나라든 선거결과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지금까지의 사례를 보면, TV토론의 영향은 지지후보를 바꾸는 전환효과보다는 기존 지지후보를 굳히는 강화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TV토론 문화가 잘 정립된 미국의 대통령 선거 사례들을 살펴본다.

▲ 존 F 케네디 대 리쳐드 닉슨

미국 역사상 첫 TV토론이었던 1960년 두 후보간 대결은 현대 선거전에서 영상미디어가 영향력을 미친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부통령인 닉슨은 달변가이자 정치적 경험이 훨씬 앞서있었다. 라디오 토론에서도 닉슨이 앞섰으나 TV토론 후에 판세가 뒤바뀐다. 정치신예 케네디의 외모와 패기 그리고 자신감이 토론 내내 창백한 얼굴에 땀 흘리는 모습의 닉슨을 압도했다. ?미국은 훌륭한 나라지만 나는 더 훌륭하게 만들 수 있다”는 그의 대사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는 결정타였다고 한다. TV토론이 대선승패를 가른 첫 사례다.

▲ 로널드 레이건 대 월터 먼데일

영화배우 출신의 레이건은 1980년 TV토론에서 승기를 잡고 당시 카터 대통령을 이겼다. 초초한 모습의 카터 공격에 여유있는 모습으로 “또 그 얘기군요” 라며 받아쳤고, 시청자들에게 “도대체 살림살이가 나아졌습니까”고 물어서 경기침체에 시름하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성공했다. 재선에서도 상대후보 월터 먼데일이 레이건의 고령을 문제시하자 “나는 상대방 후보가 너무 어려서 경험이 부족하지만,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유명한 말로 제압해서 승리했다.

▲ 아버지 부시 대 마이클 듀카키스

1988년 미국 대선에선 TV토론 사회자가 승패를 갈랐다. 여론조사에서 부시를 크게 앞선 듀카키스에게 사회자는 “당신 아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도 사형시켜선 안됩니까?” 라고 물었다. 사형제에 반대하던 듀카키스는 잠시 당황했으나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답했다. 그후 그는 시청자들에게 냉혈한으로 비쳐졌고 계속 수세에 몰리다 결국 패했다. 듀카키스를 넉아웃시킨 부시대통령도 재선 도전시 TV토론에서 연신 시계를 흘끗거리는 초조한 모습을 보이다가 끝내 클린턴에게 졌다.

▲ 앨 고어 대 아들 부시

고어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8년 지내며 미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부통령이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2000년 대선 TV토론에서 고어는 해박한 국정지식과 경험으로 아들 부시를 압도했다. 부시는 국정현안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말싸움도 서툴 뿐만 아니라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고어는 그런 부시를 놀리듯이 질문하는가 하면, 부시가 답변하는 동안 한눈을 팔기도 했다. 토론후 여론조사도 고어의 긍정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선거가 본격화되자 부시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잘난 고어가 우둔한 부시를 놀려먹는 듯한 태도에서 고어의 인격이 야비하다고 비춰지면서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작년, 미 대선 TV토론에서 후보자들의 발언에 대해 SNS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사실여부를 확인해서 자막으로 보여주며 진행하는 방식이 돋보인바 있다. 한국 대선 TV토론회는 아직도 미국과 같이 활발하고 즉각적인 토론에 비해 다양한 주제들을 정확하고 심도있게 다루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후보자간 차이점을 확연히 알기가 쉽지않다. 그래도 유권자들 100명중 8명은 TV토론후 마음을 바꾼다고 하니 다음 TV토론에 더욱 관심이 간다.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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