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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톡] 지붕 위에 바이올린(Fiddler on the Roof )

도완석교수의 행복한 영화이야기-23

도완석 평론가

도완석 평론가

  • 승인 2017-07-07 00:01

어떤 영화든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명장면이 있다. 아름다운 풍경이라든지 아니면 가슴에 와 닿는 명대사 혹은 배우들의 명품연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 <지붕 위에 바이올린>에서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오프닝 크레딧(서막)의 장면을 기억하며 지금도 가슴 설레일 것이다.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든 하늘 배경 풍경 속에 러시아 전통 시골농가가 그림자 져서 보인다. 그리고 어디선가 구슬픈 바이올린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어 클로즈업된 그 농가의 뽀쭉 지붕 위에서 삐에로를 연상케 하는 한 남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이처럼 첫 장면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왠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이 심리적인 프롤로그 장면도입은 지금도 많은 영화매니어들에게 화자가 되고 있는 명장면이라고 할 수가 있다.

1971년에 ‘노만 제이슨’ 감독이 직접 제작 감독한 영화 <지붕 위에 바이올린>은 아마도 뮤지컬을 좋아하는 매니어라면 어림잡아 서너번씩은 관람했을 정도로 명작 중에 명작이다.


특히 이 작품은 일반 뮤지컬 영화와는 달리 엔터테이먼트한 춤과 노래를 중심한 것이 아니라 한 민족의 역사와 애환을 중심으로 토속적인 전통문화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이기에 무척이나 고품격스런 영화이다.

이 영화도 대부분의 뮤지컬 영화가 그러하듯이 먼저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중심가에서 공연되어져서 성공적인 뮤지컬로서 명성을 얻은 뒤에 영화화 되어진 작품이다. <사운드 오브 뮤직> <왕과 나><오클라호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등과 같이 말이다.

영화 <지붕 위에 바이올린>의 경우 초연은 1964년 9월 22일 브로드웨이의 임페리얼 극장에서 초연되어 1972년 막을 내릴 때까지 3242회라는 공연 기록을 세웠고 이 후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재공연을 하여 대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본래 이 작품은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서 20세기 초에 미국으로 이주한 유태인 ‘숄롬 알레이챔(Sholom Aleichem)’이 본인의 자전적 소설, ‘테비에의 딸들(Tevye And His Daughters)’을 원작으로 하여 조셉 스테인(Joseph Stein)이 대본을 완성하였고 작사는 셸던 하닉(Sheldon Harnick) 작곡은 제리 보크(Jerry Bock)가 담당하였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제롬 로빈스’이 음악감독을 맡았고 이들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하여 편곡과 변주를 거듭하면서 만들어진 영화의 전체 오리지널 스코어(OS)는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대부라고 일컫는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가 맡았다.

특히 이 영화에서 실제로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 음악은 이 영화 속의 지방인 우크라이나 출신인 유명한 바이올린의 대가, 아이작 스턴(Isaac Stern)이 직접 연주했다고 한다.

참 재미난 것은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라는 제목을 제공하게된 명화 “바이올린을 켜는 남자”를 그린 작가 ‘마크 샤갈’과 '지붕 위의 바이올린' 사운드트랙을 연주한 ‘아이작 스턴’ 그리고 원작자 ‘숄롬 알레이챔(Sholom Aleichem)’ 이들은 모두 러시아계 유태인들이였고 더구나 우크라이나 출신들로서 마치 이 영화속 주인공들과 같은 역사적 체험을 한 사람들이 였다. 뿐만 아니라 영화<지붕 위에 바이올린>을 제작 감독한 ‘노만 제이슨’ 또 주인공 ‘차이암 토폴‘ 역시 모두 유태인이다.

영화 줄거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905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방의 ‘아나테프카‘라는 작은 마을 유태인 부락에서 가난하지만 유태교 신앙심이 강한 우유가공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테비에(차이만 투폴 분)에게는 수다스런 아내 고르데와 다섯 명의 딸이 있다.

하루는 중매장이 옌테 아줌마의 주선으로 “라자 울프”라는 나이가 많지만 돈 많은 푸줏간 영감과 큰 딸 짜이텔의 결혼을 합의하고 집에 돌아온다. 하지만 “테비에”는 큰딸로부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자기(큰딸)는 이미 양복 재단사와 자기들끼리 결혼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테비에”는 유태인의 전통적인 결혼풍습으로 볼 때 가장인 자신의 허락을 받지아니하고 저희들 끼리 결혼을 약조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더구나 양복재단사는 이미 결혼을 했었던 홀아비였고 무척이나 가난뱅이였기 때문에 더더욱 인정할 수가 없는 사위감이 였던 것이다.


하지만 유태인의 전통을 주장하기에는 이미 시대가 바뀌었고 자신의 생각이 지나친 보수적이 였음을 깨닫게 된 테비에는 결국 딸의 주장에 양보를 해서 딸이 원하는 가난뱅이 양복점 재단사와의 결혼을 허락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이렇게 시작되면서 비록 가난하지만 유태인들의 전통적인 결혼식이 마치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결혼식이 열리는 식장으로 러시아 정부군들이 들이닥쳐 식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러시아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큰딸의 결혼을 마치고 이제 한숨을 쉴까 했더니 이번에는 둘째딸이 “밀본”이라는 가난뱅이 백수와 결혼을 하겠다고 사윗감을 데리고 왔고 이어 셋째 딸은 유태인이 아닌 이방인인 러시아 청년과 사랑에 빠져 몰래 도망친 것이다.

테비에는 수 천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자신들의 전통이 한 순간 무너지는 것에 화가 나서 “하나님 정말 왜이러시는 겁니까?”라고 하늘을 향해 원망을 해보지만 그의 고난은 끝이 없다.

이번에는 러시아의 정부군으로부터 유태인 추방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결국 눈이 내리는 겨울에 테비에는 달구지에 짐을 싣게 된다. 그리고 결혼하여 출가했기 때문에 각기 헤어질 수 밖에 없는 딸들과 슬픈 작별인사를 나누고 미국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마을을 떠나간다. 질퍽거리는 진흙탕 길에 달구지를 끌고 떠나는 테비에. 그런데 그의 뒤로 석양에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를 켜던 그 연주자가 길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테비에를 따라 온다. 그렇게 비애스러운 장면에서 영화는 엔딩 크레딧(종막)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는 이처럼 단순한 시놉시스를 가지고 있지만 한 장면 한 장면 말할 수 없는 감동과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이 영화에서 들려주는 음악들은 깊은 감동의 전율을 안겨준다.

‘선라이즈 선셋’ ‘전통’ ‘중매쟁이’ ‘내가 부자라면“등과 같은 OST들 곡인데 이것들은 이미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들에 의해 1964년부터 불려졌던 유명곡들이였다. 뮤지컬에서는 무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노래 작사와 작곡가의 역할이다.

작사자 셸던 하닉과 작곡가 제리 보크는 뮤지컬계에서는 명콤비로서 많은 작품에서 함께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영화<지붕 위에 바이올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감독인 ”노먼 주이슨“이다. 앞서 설명한 바 처럼 유태인이긴 하지만 캐나다 토론토 출신이었던 그는 처음에는 방송작가와 드라마 연출가로 활동했었다. 그러다가 1961년 할리우드에 진출해 〈신시내티 키드〉(1965)로 주목받았고, 그 유명한 ”시드니 포이티에“가 주연한 영화 〈밤의 열기 속으로〉(1967), 〈투쟁의 날들〉(1978), 〈솔저 스토리〉(1984), 〈허리케인 카터〉(1999)와 같은 영화를 만들었고 또 뮤지컬 영화인 〈지붕 위의 바이올린〉(1971),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73) 등의 뮤지컬에서 〈문스트럭〉(1987), 〈온리 유〉(1994)까지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담은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다.

그리고 테비에의 역을 담당했던 배우 토폴은 1935년생으로서 1961년 영화 〈아이 라이크 마이크〉로 데뷔했다. 토폴은 런던의 허 머제스티스 극장에서 공연된 〈지붕 위의 바이올린〉으로 유명세를 탔으며, 이후 노먼 주이슨의 뮤지컬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 출연했다.

이외에도 〈팔레스타인의 영웅〉(1966), 〈제국의 종말〉(1980), 〈007 포 유어 아이스 온리〉(1981), 〈애련의 퀴니〉(1987)등에 출연을 한 배우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먼감독에게 왜 뽀쪽한 지붕 위에서 위험하게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했느냐고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이에 감독은 ”전통이 붕괴되는 위기를 맞으면서도 그래도 아슬아슬한 균형(Balance)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유태인들의 운명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 영화〈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1971년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노미네이터에서 3개부분의 상을 탄 명작 뮤지컬이다. 꼭 기대하시고 유대인의 역사이야기를 나누며 시청할 수 있는 가족영화이다.

도완석 :연극평론가/ 한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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