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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만 비춰도 유전자 발현 조절하는 효소 개발… 허원도 교수 연구팀 성과

한윤창 기자

한윤창 기자

  • 승인 2019-01-21 16:29
허원도 교수
허원도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
국내 연구진이 살아있는 생쥐의 머리에 빛만 비춰도 생쥐 뇌 유전자 발현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단장 신희섭, 이창준)의 허원도 교수 연구팀(KAIST 생명과학과)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 활성화되는 Flp 유전자 재조합 효소를 개발했다. 수술이 아닌 LED 빛을 쏘는 비침습성 방식만으로도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할 수 있어 물리적·화학적 손상에 의한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Flp 유전자 재조합 효소는 말 그대로 유전자를 자르고 재조합하는 기능을 보유해 유전자 형질 전환 실험 모델을 만드는 등의 다방면에 활용돼 왔다. 기존에 광유전학 기술에 응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빛 없이도 스스로 조립돼 버려 제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뇌 속으로 빛을 직접 전달하려면 광섬유를 집어넣는 수술 과정도 필요했다.



IBS 연구진이 개발한 광활성 Flp 유전자 재조합 효소(이하 PA-Flp 단백질)는 비활성화 상태에서도 빛을 받으면 결합되면서 활성화된다. 연구진은 단백질 공학을 통해 Flp 재조합 효소를 활성화시키는 위치를 찾는 힌트를 얻어 PA-Flp 단백질을 설계했다.

PA-Flp 단백질은 매우 적은 양으로도 반응하는 민감도를 지녔다. 연구진은 기억을 관장하는 쥐의 뇌 해마 부위에 PA-Flp 단백질을 넣은 뒤 약 30초 동안 LED를 머리 부분에 비추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생쥐 뇌의 깊은 조직 영역에 도달하는 매우 적은 양의 빛으로도 PA-Flp 단백질이 활성화된 것을 확인했다. 생쥐에게 쏜 빛은 1-2mW/mm2로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휴대폰의 손전등 혹은 발표 시 이용하는 레이저 포인터 정도의 세기다. 연구진은 물리적 손상을 전혀 일으키지 않는 비침습성 방식으로도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월 18일에 게재됐다.

허원도 교수는 "실험쥐의 생리학적 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리적, 화학적 자극이 거의 없이 LED로 원하는 특정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향후 다양한 뇌 영역을 탐구하는데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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