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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대전지법 형사법정 317호를 가다] '억울함'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조경석 기자

조경석 기자

  • 승인 2019-03-20 16:18

신문게재 2019-03-21 5면

재판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법 앞에서 '억울함'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19일 오전 대전지법 317호 법정(형사 4단독·판사 이헌숙)은 저마다의 사연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먼저 80대 중반쯤 된 백발의 노인이 피고인석에 앉았다. 귀가 어두워 보청장치를 착용한 채다. 죄목은 특수상해.



피고인 A씨는 지난해 대전의 한 치과에서 간호사와 말다툼을 벌였다. A씨는 "틀니를 맞추고 두 달째 받지 못했다"며 "환불이라도 받으려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다툼은 분노를 더 키웠다. 화를 주체하지 못한 A씨는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냈다. 간호사가 이를 휘두르려는 A씨의 팔목을 붙잡았다. 다른 사람들도 달려들어 A씨를 떼어냈다. 소동 중 간호사는 왼팔을 찔렸다.

A씨 측 변호사는 "피고인이 제작한 틀니를 받지 못한 데다 간호사가 호의적이지 않았다"며 "위협만 할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상해를 가하고 범행을 부인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선고는 다음달 5일이다.

이번엔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피고인의 재판이 이어졌다. 30대 남성 B씨는 지난해 500m 구간을 무면허로 운전했다.

B씨는 어린이날 여자친구, 그녀의 아이와 나들이에 나섰다. 돌아오는 길, 아이가 떼를 쓰며 울기 시작했다. 아이를 달래기 위해 잠시 운전대를 바꿨다는 게 B씨 주장이다. B씨는 "여자친구와 아이를 제가 책임져야 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범행 당시 B씨는 '누범기간' 이었다. 금고형 이상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았단 뜻이다. 검찰은 판사에게 징역 6월 선고를 요청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측정을 거부한 남성도 이날 법정에 섰다. 피해자만 3명이다. 이 중 2명은 합의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남성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26일 재개된다.
조경석 기자 some7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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