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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세상의 조화로운 하모니

안성혁 작곡가

임효인 기자

임효인 기자

  • 승인 2019-04-01 10:02
안성혁
안성혁 작곡가


거리는 소리로 가득하다. 인도를 오가는 사람들, 차도 위를 달리는 차들, 건물과 건물 사이로 들리는 소음들. 그런데 이 소리들이 어느 순간 잘 어우러져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소리의 조화. 이를 수와 음악으로 풀어낸 얘기로 오늘 칼럼을 시작한다.

약 2600년 전 그리스의 제강 작업이 진행 중인 대장간. 대장장이 여럿이 작업 중인 이곳은 망치 소리로 인한 소음으로 가득하다. 그 소음 속에서 한 철학자가 묘하게 잘 어울리는 소리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소리가 발생한 방향에서 두 개의 쇠막대를 찾아냈으며 그는 그 둘이 2:1의 비를 갖고 있음을 밝혀낸다. 더 나아가 두 막대의 비가 3:2. 4:3일 때 잘 어울린다는 결론을 얻는다. '도'를 중심으로 2:1일 때 한 옥타브 위의 '도', 3:2일 때 '솔' 4:3일 때는 '파'가 생김을 알아낸다. 이 철학자는 바로 피타고라스다. 그는 최초로 화음을 수학적으로 설명한 사람이다.



일정한 비율이 있는 두 개의 소리가 같이 어울릴 때 화음이 된다. 이 화음은 복잡한 세상에서 우리에게 심리적 안정을 준다. 우리도 이런 화음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바로 중창이나 합창을 통해서다. 중창 또는 합창에서 우리는 위에서 말한 조화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경험 속에서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감동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합창에는 조화로움과 함께 또 하나의 순기능이 있다. 그것은 합창을 하며 얻는 유대감으로 인한 힐링이다. 합창을 할 때 좋은 화음을 만들기 위해 서로 도와야 한다. 여러 사람이 모였기 때문에 조화로운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선 상호 간 협력해야 한다. 단원 간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자신의 소리를 절제하거나 적극적으로 내고, 도움을 받거나 도와야 한다. 그래서 합창 내에서는 소외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합창음악의 대가인 지휘자 마애스트로 윤학원 교수는 합창으로 인해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음을 역설한다. 그리고 어린이, 청소년 합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서로 협력하며 합창을 하는 가운데 그들의 정서를 함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창을 직접 할 수 없다면 합창 연주를 감상하자. 우리나라 합창은 세계적이다. 지금 지구촌의 이슈가 되는 K-Pop보다 훨씬 전부터 합창 강국 대한민국은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었다. 또한 기악을 통해서도 위에 언급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악기를 다룬다면 아마추어 관현악단 등을 통해 직접 연주할 수 있으며, 연주회장이나 음원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제 글을 맺고자 한다. 우리는 헨델의 메시아,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등의 고전음악과 나운영의 시편 23편, 윤이상의 '나의 조국 나의 민족' 합창으로 편곡된 가곡 등의 합창 음악을 연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연주는 개인의 힐링과 감동은 물론 사회공동체의 협력을 통해 공동체 내의 갈등을 치유하고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살 맛 나는 곳으로 조금은 더 나아갈 것이리라 믿는다. 안성혁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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